무더기 부정당제재에 정치적 고려 필요한 이유

최저가낙찰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원가절감사유서를 허위로 제출한 1백여개 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내용이 신문과 방송에 대서특필 됐다.

작년10월 감사원이 일부 허위서류 제출 사례를 문제 삼아 발주기관들에게 전수조사를 요구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내노라하는 건설업체들이 모두 적발되는 이런 결과만은 아니기를 바랬다.

건설업계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한없이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사건 발생은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것만을 따지고 있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종합건설회사 숫자가 1만2천개가 넘지만, 규모가 제법 되는 고난이도 공공공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얼마 안된다.

이들 대부분이 동시에 부정당제재를 받아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1년간 공공공사 입찰참가를 제한받게 됐다.

턴키ㆍ대안공사는 물론 대규모 관급공사의 경쟁성 확보가 걱정이다.

또 적발회사들이 해외건설공사 수행업체 거의 전부라는 것도 문제다.
이들 업체들에 대한 신인도를 동시에 깎아버리면, 앞으로 해외건설공사 수주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것은 불보듯 뻔하다.

해외건설 수주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고속철 사업에 프랑스 대통령이 나섰던 것과 같이, 규모에 따라서는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는 경우까지 있다.

수주를 목전에 뒀다가 국내 부정당제재가 빌미가 되어 공사를 뺏긴 경우는 실제 여러번 있었다.

건설회사들의 범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익 차원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한가지 더 든다면,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저가심의제도를 도입한 정부와 부실한 검증으로 사태를 키운 발주처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점이 드러나자 조달청이 지난 6월 최저가 낙찰제 입찰서류를 간소화 한다면서 시공실적증명서와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결국 업체들이 부정당제재를 받아야 할 이유가 현행 규정에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당국의 고민을 촉구한다.

한화건설ㆍ동부건설에 박수

상위 건설회사들이 허위서류 제출로 무더기 적발된 가운데에서도, 적발되지 않은 한화건설과 동부건설은 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발주처가 허위서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기간이 긴 만큼 허위서류 를 제출하는 회사들은 점점 많아졌을 것이고, 나중에는 ‘관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상황이었다.

“나도 허위서류를 내서 공사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는 마음속 유혹이 두 회사라고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몇년전 부터는 해마다 공공공사 수주난이 가중되고 있던 시기다. ‘소신’을 지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 회사의 ‘소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