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이 지난달 3일과 10일 태안화력9ㆍ10호기 토건공사와 평택복합2단계 건설공사의 입찰을 집행하면서 설계금액의 16~17% 삭감한 예가를 적용한 것과 관련하여 대한건설협회가 “과도한 예정가격 사정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소식이다.

예가를 산정하면서 설계금액의 16~17% 삭감한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다. 설계가 과다했거나 설계금액 산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건협이 지적한것 처럼 국가계약법령에 예정가격은 거래실례가격이나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이 설계 잘못을 지적한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이번 건은 서부발전이 임의로 예가를 대폭 깎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12개 업체가 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태안9ㆍ10호기에서 4개 업체, 평택2단계에서는 5개 업체가 예가 대비 투찰율 100%를 넘겨 자동 탈락했다.

최근 몇년 사이 발주기관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덤핑을 유도하는 사례는 수 없이 많다.

발주공고에 “예산 부족으로 예가에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 알아서 입찰참가하라”고 밝히거나, 이같이 예정가격을 눈에 띄게 깎는 방식은 차라리 순진해 보인다.

턴키를 무한 최저가낙찰제로 변화시킨 발주 행태에서 예산절감 실체의 정점을 본다.

부족한 예산을 갖고 계획된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발주기관들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덤핑은 필연코 시설물의 부실을 낳는다. 시설물의 부실은 장기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증가시킨다.

제일 무서운 것은 부실이 혹여 90년대 초반 연이은 대형 사고 발생과 같은 참극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발주처는 국민에게 안전한 시설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