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현 건설업의 생산구조가 수직적·종속적 하도급 체계 때문에 불법과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 직접시공제 확대, 건설근로자 시중노임단가 임금 지급, 불법하도급 계약확인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건설업 혁신’을 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고인석 본부장은 9월22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건설업 혁신, 상생협력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업 및 건설근로자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건설업 혁신대책안’을 발표했다.

고본부장은 “꾸준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노력하는 건설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건설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면서,“기술·시공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의 퇴출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설업체들이 기술력과 경영혁신 보다는 담합이나 떡값 등 입찰로비에 매달리는 등 자구노력이 부족하고, 법령의 구조적 모순으로 발주청인 자치단체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실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본부장은 “현행법령 안에서 건설업계의 상생기반 구축과 실질적 경제민주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계약자 직접시공을 통한 건설실명제 의무화 △건설근로자 시중노임단가 이상 적정임금 지급 의무화 △불법·불공정 하도급 관리 강화 등의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건설실명제 의무화 방안으로는 ▲2억-100억 공사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으로 발주하고 직접시공을 의무화 하되 주계약자 직접시공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100억원이상 공사도 2017년 3월부터 모든 공사로 확대토록 행정자치부 예규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를 확대하고, 분리발주 공사의 직접시공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건설근로자 시중노임단가 이상 적정임금 지급을 의무화하기 위해 ▲공사계약특수조건에 시중노임단가 이상 보장 의무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이어서 불법·불공정 하도급 관리 강화방안으로는 불법·불공정 하도급 사항에 대한 확인조치와 실제 근로자에 대한 입급·퇴직금 지급을 점검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금e바로’시스템에 건설산업지식시스템(KISCON)의 원·하도급 건설공사 대장과 건설근로자 공제회가 운영하는 전자이력관리제의 근로자 근무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개혁안 가운데 주계약자공도도급 확대에 대해서는 찬반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종합건설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 생산체계의 예외규정으로 인정되고 있는 주계약자공동도급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발주자의 결정권을 제한하고, 종합중소건설업체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하자책임 불분명, 연계공종 비협조에 의한 공기지연, 부계약자의 주계약자 지시 불이행, 주계약자의 계획·관리·조정 비용 등의 문제점이 산적한 가운데 모든 공사로 확대하는 것은 부작용과 시장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주계약자공동도급 확대를 크게 환영했다. 특히 대한전문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신승섭 회장은 주계약자공동도급 발주 확대가 종전의 수직·종속적 하도급 체계를 탈피, 수평적인 계약관계를 통해 하도급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이며, 이번 서울시의 대책 발표로 인해 그 동안 협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제도개선 의지와 건의 노력이 정책 시행으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노임을 시중노임단가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장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편, 이날 토론회장 주변에서는 서울시가 회계제도의 틀을 넘어서 중앙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지적하고,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 소관인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박원순시장의 대선준비 일환으로 건설산업 혁신을 추구한 실적쌓기 또는 ‘아젠다 설정’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시가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서 내년 3월부터는 전면 확대를 결정하겠다며 서두르는 것이 더욱 이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는 말들이 돌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는 내달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내년 2월 정책추진 공유 보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