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건설업계의 곳간이 텅 비다보니 갈수록 업역간 인심이 사나워지는 느낌이다.

하도급업체들은 원도급업체들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면서, 원하도급간 협력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대형종합건설업체들의‘하도급 계열화’는 이미 깨졌다고 주장한다.

원도급업체들은 정부의 각종 보호책이 하도급업체에게만 유리하다면서, 최근에는 하도급업체의 부실로 인한 자재·장비업체·건설근로자들에 대한 책임이 원도급업체에게 떠넘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국회에 탄원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초대형 30대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건설경영협회는 지난주 지역업체 또는 중소건설업체에 집중된 정부의 보호정책 때문에 1분기에 30대 대형건설업체들의 수주액이 공공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1.4% 감소 했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한국경영협회의 주장처럼 총체적인 공공공사 물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건설업계 곳간이 텅빈 원인은 공사를 해도 남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초대형 건설업체들의 몫이었던 턴키공사를 정책적으로 축소하면서 최저가낙찰제로 돌리다보니, 이제 턴키도 40%대 덤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저가야 물론 덤핑이다.

턴키도 덤핑, 최저가도 덤핑이니 원도급업체들은 하도급업체를 쥐어짜야 산다.

원하는 가격이 안나오면 재입찰을 반복하면서 박하게 경쟁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하도급 낙찰업체를 불러 또 깎는다.

이중계약이 다반사다 보니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소문도 흔하고, 하도급업체가 선금받고 도망가는 바람에 자재대·장비대·노임 내놓으라고 원도급업체 찾아가 시위하는 모습도 흔하다.

종합건설업체만 1만2천개다.

공공물량으로 중소건설업체를 다 먹여살릴 수도 없다.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지만 공공물량을 누구에게 살포해서 살려내야 하는지 정책적 목표도 명확치 않다.

건설산업은 지금 앞이 안보인다.

정부 각 부처가 다시 합심해서 건설산업 생산체계를 논의해야 할 때다.

시장경쟁을 통해 산업이 구조조정 되도록 모든 제도의 목표를 합일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