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이달부터 재건축ㆍ재개발 시공사 선정기준이 바뀐다.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 개정안’이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빠르면 3월초에 관보 고시 후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먼저, 지명경쟁 입찰을 조합원 200명 이하의 경우만 허용하므로써 조합의 일방적인 특정업체 지원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제한경쟁 입찰은 시공능력평가순위, 신용평가등급, 해당 공사와 같은 종류의 공사 실적만으로 입찰 참여를 제한토록 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전례가 있는 건설사들도 참가기회 얻을 수 있게 했다.

이어 조합 대의원회에서 총회에 올릴 수 있는 건설사 수도 3개에서 6개로 늘렸다. 대의원회의 비대해진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서면결의’를 없애자는 안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의 권한 행사를 위해 존속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 개정안’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비사업의 문제점 가운데 적어도 업체선정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따지고 개선방안을 마련한 우수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비리 촉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면결의’를 불인정하려던 방침이 틀어져 기준 개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합원들의 권리 행사를 더욱 중요하게 본 규제개혁위원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조합원의 투표권한 행사 방식의 폭을 좁히지 말야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만을 고집하기에는 재건축ㆍ재개발 현장의 서면결의서 불법매수 행태가 너무도 심각했기에 하는 말이다.

‘서면결의’야 말로 재건축ㆍ재개발 비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건축ㆍ재개발이 시들한 형편이어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한창 재건축ㆍ재개발이 좋을 때는 건설업체들이 ‘서면결의서’를 사기 위해 뿌리는 돈이 기십억에서 기백억이라고 했고, ‘서면결의서’ 걷어들이는 아줌마부대들 인기가 상한가를 쳤으며, 이들이 매일 사대는 점심과 저녁으로 동네 조합원들이 집에서 밥먹을 짬이 없을 지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서면결의’가 없어진다고 비리가 완전히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적어도 현금과 맞바꿔주는 수표처럼 ‘서면결의서’가 ‘유통’되는 불법은 원천차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