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이 현 건설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범주에 속한 사업자들이 제각각의 배타적 사업영역만을 고집하며 그 안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업역주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건설산업의 업역주의를 해소하는 정책적 방안으로, 공공 발주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자발적인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문화 이론의 분석틀을 이용하여 건설산업을 진단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관점이 돋보이는 매우 흥미있는 보고서다.

윤 연구위원은 “업역주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건설기업들은 정부 지향적인 행동 특성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고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불리는 시장 지향적 행동 양식을 유도하기 위해서‘경쟁 원리에 바탕을 둔 시장 지향적 접근과 협력 원리를 중시하는 공동체 지향의 접근을 공유한 형태의 건설제도와 문화의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향후 건설산업 정책은 공공 발주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자발적인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정책 기조를 변화시키고, 발주자 리더십에 의한 상생협력 문화의 성공 사례를 축적ㆍ전파시켜 나간다면 건설산업의 업역주의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긍이 간다. 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분석 방식은 새로웠지만,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과 정책적 해결 방법으로 제시된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어 아쉽다.

문제점에 대한 접근방식은 달랐지만, 90년대말부터 시작됐던 ‘새밀레니엄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방안’에서 이미 도출한 장기적 제도개선 방향과 같은 결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 아쉬운 것은, 생산체계 개편방안은 장기 과제로 몇 번째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에서 반복적으로 우려먹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초입부분에서 몇 발자국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10여년이 지났으면서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겸업제한 폐지가 유일한 성과인 것이 현실이다.

이왕 새로운 방향을 거론할 거면, 배타적 사업영역을 가장 고집한 이, 업역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이는 ‘건설관련 협회와 단체’라는 점을 지적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돌아보면 건설사업자들보다 건설단체들이 더 업역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건설사업자들은 유리하건 불리하건 새로운 업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지만, 건설단체들은 업역이 흔들리거나 변하면 존립 근거가 없어지거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공공발주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 만으로는 업역주의를 해소할 수 없다.

업역의 변경은 건설관련 협회와 단체들간의 힘겨루기, 협회 및 단체와 정부와의 힘겨루기, 협회 및 단체와 회원사들간의 힘겨루기, 그리고 회원사들간의 힘겨루기가 먼저 끝나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