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발생 이전에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분쟁요소를 억제하는 DRB(Dispute Review Board)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DRB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공사의 클레임이나 분쟁 발생을 최소화하고 전문가가 나서서 계약당사자간 요구사항을 공사진행중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분쟁해결시스템이다.

상호 승인을 전제로 DRB위원을 구성해서 공사기간중 정기 방문해 분쟁 예방활동을 하고, 사안별로 상시 요청받아 분쟁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분쟁발생 후 처리하는 ‘조정’이나 ‘중재’와는 다른 개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은 1월10일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DRB제도 도입 토론회’를 열고, DRB(Dispute Review Board)제도의 도입방향과 입법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RB제도의 소개와 함께 “건설산업 분야가 DRB제도를 도입하기에 가장 적정하며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쟁요소를 사전에 발견하고 제어할 수 있는 제도로서 도입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정절차 대비 비용부담(총 수금금액의 0.5%내외) 있지만, 조기 분쟁처리로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공기지연방지와 안정적 책임 시공으로 부실공사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렌차이즈 산업 분야에 DRB제도를 도입했던 염규석 프렌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前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실장)은 “DRB도입 이후 갑-을 간의 신뢰가 커지고 자발적인 분쟁조정이 탁월했다.”며 건설산업 분야의 도입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DRB제도 입법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재주 국회 국토교통법제관은 “기존 조정, 중재 제도와 DRB가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명수 가톨릭대교수는 “발주자와 원청, 원청과 하청 간의 파트너십을 키우는 방안과 함께 DRB가 도입돼야 제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본부장과 이원규 대한전문건설협회 본부장도 사전분쟁조정제도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해당 비용문제나 패널의 전문성 확보, 조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안정장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부측 토론자로 나선 김정희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장은 “건설산업의 수직적 관계를 고려한다면 DRB제도가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윤관석 의원은 “시장 신뢰를 키우고 계약의 허점을 보완하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분쟁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DRB제도의 도입을 위한 첫 걸음을 오늘 토론회를 통해 내딛게 됐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입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