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3일 영국 무역투자청은 주한영국대사관으로 한국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서 ‘저탄소 기회(Low Carbon Opportunities) 보고서’ 발표회를 가졌다.

한국 정부가 2020년까지 탄소 방출량을 30％ 이상 줄인 목표를 정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선도하고 있으며, 매년 GDP의 2%를 저탄소 부분에 지출키로 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영국의 저탄소 분야에서 강점을 부각시켜 두 나라간 사업적 협력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발표회 였다.

영국 무역투자청이 우리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그린빌딩, 해상 풍력발전소 건설 및 배치, 환경영향평가, 풍력평가 및 계통연계부문, 파력과 조력발전 등에 대한 영국의 기술적 경쟁력인듯 하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 형식이 영국 기업들에게 우리나라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보고서 내용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 30개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황과 정책적 전략을 매우 세세히 다루고 분석해 놓고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두 나라가 모두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책과 목적이 약간 다르다고 보고 있는 점이다.

영국의 입장은 저탄소 목표치 달성에 정확히 초점을 두고 매년 탄소저감 목표 및 목표달성계획을 담은 타임라인이 제시되며, 그 과정 역시 세심하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 영국정부는 녹색성장을 저탄소 정책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부산적 이익'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저탄소 목표가 있는 것은 같지만, 주로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저탄소활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책 및 목표가 예상되는 고용증진과 수출가능성에 의해 결정되고, 신기술과 절전상품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최우선 고려사항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은 탄소배출과 관련한 요인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체계적 접근법을 취하고, 시스템 설계와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한국은 에너지절약 자재와 감소시스템 및 이를 감시하는 기기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차이점을 영국기업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영국 무역투자청의 보고서는 자기 나라 기업체들에게 우리와 사업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준 것이지 우리의 실상을 비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뼈아프다.

‘탄소저감’은 세계 공통의 약속인데, 한국은 이를 체계적으로 달성해 나가기 위한 목표와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ㆍ점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녹색성장을 화두로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웃음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만 같아서다.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성장이 원래의 취지와 목표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