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간에 정보를 교환한 사실만으로는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담합)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이번 법원 판결로 구체적인 담합 증거 없이 건설사 임직원들간의 정보 교환 차원 접촉까지 무리하게 ‘담합으로 추정’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6월2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4공구 대안입찰공사’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4월14일 입찰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대안입찰공사’ 8개 공구 입찰에서 8개 건설사가 담합했다면서 2014년3월 총 4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입찰 전인 2008년 11~12월 여러 차례 영업팀장 모임을 통해 8공구를 제외한 1~7공구에 대해 사전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등 담합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입찰참가회사들간의 사전 정보교환 행위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제4공구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실질적으로 다른 건설회사들의 제4공구 입찰을 배재시켰으므로 경쟁제한성이 있는 공구분할합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각 공구별로 어느 건설사가 참여를 희망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을 위한 정보수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의 정보교환행위를 공구분할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이미 납부한 55억5천9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돌려받게 됐다.

한편, 지난 1월16일 대구지방법원도 ‘대구도시철도 3호선 대안입찰공사’에서 담합으로 검찰이 기소한 5개 건설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입찰에서 탈락했을 경우 발생할 손실 등을 줄이려고 다른 회사가 관심을 가진 공구가 어디인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면서, “8개 건설사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가졌다 하더라도 법률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어지고 있는 법원의 일관된 판결을 계기로, 건설사들간 정보교환 수준의 만남까지 무리하게 담합으로 몰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