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가 건설현장에 끼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청이 이와는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며 오히려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나서 건설업계가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건설업계의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 축소와 제도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지난 11월30일 대상 품목을 현행 123개에서 127개로 확대키로 했다. 기존 품목에서 4개를 제외하는 대신 새로 8개를 추가키로 한 것이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해 지난 2009년 도입한 제도다. 종합공사 20억원 이상(전문공사 3억원이상) 공공 건설현장에서는 중기청이 지정한 123개 품목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들 대상 품목은 발주기관이 따로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해서 시공업체에게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때문에 해당 건설자재가 현장에 적기에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공사지연과 공사비 증가 문제를 지적한다. 또 품질이 떨어지는 자재가 공급되는 경우 때문에 발생하는 하자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분쟁 등도 지적하면서 ‘대상 품목 축소’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건설업계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를 통해 필요시점에 자재를 납품받으려면 최소 3개월 이전에 발주기관이 자재구매 발주를 해야 한다면서, 유찰이나 입찰가처분 신청등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재 적기공급이 안돼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건설의 특성상, 건설현장은 여건변화에 따라 설계변경을 해야 하는 등 변화무쌍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를 통한 자재 공급체계로는 이런 갑작스러운 현장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소 제조업체와 시공사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구매를 발주하는 발주기관의 구미만 맞추면 그만이므로, 정작 시공현장의 적절한 시점에 맞춰 적절한 품질의 자재를 공급하는 것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이 나타나는 것도 제도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발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자발생의 원인이 발주자가 제공한 관급자재 때문인지 시공상 문제인지 구분이 어려워 분쟁소지가 빈번이 발생되고, 하자보수가 지연되는 등, 발주자와 시공업체 및 소비자 모두 피해가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를 턴키공사에도 적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두고, 중소기업청의 ‘건설산업과 국가계약 제도에 대한 몰이해’와 ‘막무가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한다.

턴키공사는 발주자가 사업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 공사를 수주한 회사(대개 건설사·설계사 컨소시엄)가 설계와 자재구매, 시공과 준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체계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설계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일체의 건설과정과 리스크를 건설컨소시엄이 책임지도록 하면서도, 특정자재는 분리해서 발주자가 자재를 구매·공급토록 강제하는 것은, 턴키제도의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가 국민에게 행하는 ‘갑질’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또한 중소기업청이 건설업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99%가 영세한 중소건설업체라는 점은 무시한 채, 이들이 타격을 받건 말건 ‘중소제조기업’에 국한한 중소기업 보호육성책만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앞으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제도에 대한 연구·사례분석에 들어가는 등 업계 의견을 명확히 결집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건설관계자들은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상 공사를 축소해 현행 20억 이상 공사에 적용되는 것을 국가와 지방 공사로 각각 나눠 공사금액을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공공기관에서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토록 강제하고 있는 것을 중소기업 제품은 구매하되, 시공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적기 자재공급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업체와 제품은 상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턴키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