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에 대한 중복 제재 문제를 해소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한 주요 입찰참가자격제한 제재 처분 취소 소송이 올해 말 확정판결 되면, 30대 대형건설회사들을 포함한 1등급 41개사가 무더기 입찰참가제한을 받아 대형 SOC건설공사 ‘조달절벽’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실이 5월29일 오후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현행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입찰담합 등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제재가 광범위하게 과잉, 중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실장은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는 형법,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 공정거래법 등 4개 법률에서 최대 6가지 중복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고 “해당 발주처 공사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제재의 과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실장은 이에따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제도 도입”과 “일본과 독일, 영국 등에서와 같이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담합 등의 행위가 적발된 발주기관에 한정하거나, 처분의 범위를 해당 법률에 한정해서 지자체에서 적발된 경우 지방계약법에 의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지자체로 한정하는 방안도입”을 제안했다. 　

작년과 올해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는 모두 71개사로 과징금은 작년 8천434억원, 올해 609억원에 이른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경준 대림산업 상무는 “1등급 53개 건설사 가운데 41개사가 최장 2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제재 처분을 받았거나 처분이 예정됐다”며 “현재 이들 업체들이 벌이고 있는 226건의 처분 취소소송 가운데 고법과 대법에 계류중인 주요사건 대부분이 올해말 확정판결이 예상되고 있어 내년초 무더기 입찰참가자격제한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대로 처분된다면 고속도로ㆍ철도ㆍ교량ㆍ항만ㆍ발전소ㆍLNG탱크ㆍ원자력발전 등 작년 PQ통과 업체 거의 모두가 제재처분을 받게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이들 대형 SOC건설공사 참여가능 업체가 각 공종별로 최대 1개에 불과해 국가시설공사 조달절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상무는 또 “브르나이 해상교량, UAE원전공사, 인도네시아정유공장, 동티모르항만공사 등 국내 입찰참가자결제한 처분 사실을 근거로 해외 발주처의 입찰제한, 사실관계 소명요구, 계약체결 연기 등의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경쟁업체들의 흑색선전까지 난무해 해외수주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담합 기업이 토론회에 참석해 입찰참자자격제한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부담이 크다”며 “그러나 다시 기회를 준다면 국내에서는 최선의 품질경쟁을 통해 국가 기간시설을 건설하고, 해외에서는 고품질의 기술개발로 시장진출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본부장도 “입찰참가자격제한이 해외시장진출 분위기를 냉각시키지 않도록 각별한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호근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은 “입찰담합은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손해를 미치는 행위”라며 “이는 민간시장에서의 담합보다 더 큰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담합이 적발된 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완화하려면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입법론적으로도 국가계약법령 등 소급입법을 통해 기 적발된 업체의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경욱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건설산업은 아직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 개선 방향은 산업발전에 맞춰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함진규 의원은 “제재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법에 따라 제재가 필요하지만, 기업을 없애거나 망하게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시장 진출에 발목이 잡혀선 안된다”며 “이를 법안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위에서 논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