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서 선도지구 지정과 용적률 특례의 전제가 되는 특별정비구역의 지정요건으로 ‘통합정비’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이 4월 2일 2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3개 주제 발표와 토론회로 구성됐다. 먼저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지속가능한 공급체계’를,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주택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제도 개편 방향’을, 이어 김정주 연구위원은 ‘건설·부동산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첫 번째 발제에서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2023년 주택공급은 공사비 급등 + 주택경기 침체 + 극심한 지역 간 양극화의 3重苦 속에 착공 기준으로 전년 대비 55% 수준에 그치는 등 급감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으며, 여기에 “분양가 규제를 개편하고 부담금을 축소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통합정비 등을 의무화하여 사업속도를 향상시켰으며, 주택구매를 막고 있는 세제와 금융규제 개편을 병행하는 등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인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전반적으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부연구위원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있어 “선도지구 지정과 용적률 특례의 전제가 되는 특별정비구역의 지정요건으로 ‘통합정비’를 고집하지 말것”을 주장했다. 현재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폭 25ｍ 이상의 대로(大路) 내 위치한 주택단지 등이 하나의 사업구역(정비구역)으로 통합되어 추진(이하 ‘통합정비’)되도록 하고 있다. 

통합정비는 공익적 측면과 사업시행자에게 모두 많은 장점이 있으나, 토지주들 간 이해관계 조율이 어려워 현실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아파트와 (집합)상가가 하나의 구역으로 묶여 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이해관계 조율이 훨씬 더 어려워져 장기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정비는 다수 주민이 희망하거나 통합정비가 사실상 불가피할 시 적용하고, 여기에 더해 특별한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어 통합정비 적용이 필요할 때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위원은 “특례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부담이 어려운 토지주가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재건축사업의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단지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연금형 정비사업 등 금융구조를 도입하고,  단지별로 부담가능한 수준에서 가성비 높은 부분을 중심으로 주택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리모델링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 발제

이어서 발제한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현재 시장 상황을 “단기적 경기 회복 필요성과 장기적 구조변화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며 경기 변동의 진폭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022~2023년 선행 지표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에 반해 향후 주택 소비의 단위가 되는 인구와 가구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단기 공급 부족과 장기 수요 감소에 모두 대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가구구조의 변화, 생애주기 수지 변화, 경제구조 변화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되며, 대표적으로 노인 주택 공급방식의 재검토, 청약 및 세제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제도 개편안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주체들이 경기에 대해 조심스러운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과, 단기 공급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두루 고려하여 시장 정상화를 위한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다음으로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 제도의 확대 및 신규 사업 유형 개발, 아파트 매입임대 부활 등의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아지막 발제자인 김정주 연구위원은 먼저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부동산 금융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돼 왔다“며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부동산PF위기는 이러한 부동산 금융화 현상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금융화가 진행되면 △ 금융화된 자산의 거래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성 확대 △ 가격변화에 따른 해당 시장으로부터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 손실과 거시경제 불안이 촉발될 수 있는데, 지금의 위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금융화된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① 외부적 충격 최소화를 통한 자산시장의 불안정 요인 발생 억제, ② 전반적인 금융시장 안정상황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과 부문별 세밀한 규제, ③ 부문별 자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3가지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방향성 설정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부동산금융화 현상 중 하나인 부동산PF가 국내 개발사업 여건에 맞지 않게 활용되어 왔고, 그 과정 속에서 개발-건설산업과 금융산업 사이의 관계의 불균형성이 더욱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PF금융구조의 한계점이 위기로 이어지는 이면에는 정책적 요인인 거시-부동산정책의 혼란과 그에 따른 과도한 가격변동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먼저 부동산가격이 과도하게 등락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과거와 같이 가격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규제 위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가격변화에 따라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에 공급이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 주택부족기에 구축된 정책금융 공급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정책금융이 가격변동을 확대시키고, 동시에 정부 재정부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