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곧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의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은 새누리당 이명수의원 과 서병수 의원이 지난 4월 각각 의원입법 발의했었다.

두 의원은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제안한 이유로, 하도급업체로 전락한 소방공사업체들에게 입찰기회를 주고, 저가하도급 등 불공정 하도급으로 인한 피해와 부실공사 우려 불식 등을 들었다.

즉 대형건설업체들이 소방시설공사를 수주하고 있어 중소규모 소방시설업체들은 수주기회를 상실하고 건설업체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저가하도급으로 인한 불공정거래로 인해 부실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와 같이 소방공사도 의무적으로 건설공사에서 분리하여 발주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 상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남경필의원이 발의했으나 폐기됐고, 2008년 소방방재청이 개정을 추진하다가 규제개혁위원회를 넘지 못했으며, 2009년 주성영의원 역시 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사실상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반복해서 상정된 것이다.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가 그동안 국회 심의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분리 발주 할 경우 공종별로 시공자가 달라 종합적인 시공관리나 조정이 곤란하기 때문에 품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소방공사는 건축구조물의 배관공사 등과 연계 시공돼야 하기 때문에 부실 또는 하자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분리 발주를 할 경우 별도의 설계ㆍ감리ㆍ입찰 공고ㆍ계약서 작성 등과 같은 행정적 추가 경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입법발의 이유로 들고 있는 저가하도급 역시, 하도급자 보호제도를 개선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분리발주 의무화 주장의 근거로는 적당치 않다.

이 뿐 아니다. 건설노조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불법하도급 양산, 임금체불 및 4대보험 부실관리 등 현장건설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설물의 건설 목적과 현장여건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발주자에게 발주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가능한 넓게 인정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가급적 발주자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지 않는 제도가 바람직하다.

소방공사를 분리발주 할것인가는 현재와 같이 발주자가 판단토록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이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에 찬성 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