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가 건설산업 적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산업 내 혼선과 분쟁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 이하 건산연)은 12월 4일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 시행에 따른 건설업 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란 하도급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변동될 경우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주는 제도다.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으나 시장 효율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반발로 무산됐다가 지난 10월 4일 도입·시행됐다. 

건산연은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던 중소기업계도 제조업에 한정하여 적용을 요구하였던 바와 같이, 이미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 등 다양한 법률을 통해 중층적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건설산업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도급대금 지급과 관련하여 여러 규제가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유사 규제 간 종합적 고려 없이 연동제 적용을 시행함으로 인한 산업 내 여러 문제와 혼선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요 원재료의 개념 및 대상·범위 모호 △하도급 내역에 대한 신뢰성 분쟁 심화 △건설업 계약조건·특성 미고려로 인한 혼선 발생 △서면 기재 사항 관련 쟁점 △연동제 미적용 합의 시 원도급자 일방의 피해 발생 우려 △연동제 위반 시 벌점 부과 및 처벌 수준의 적절성 논란 등 6가지 주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연동제 적용의 기본 단위(‘품목’ 또는 ‘규격’)에 대한 분쟁 발생 심화가 우려되는데,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의 경우 주요 원재료의 기본 단위(품목 또는 규격)에 관한 하위법률 미규정(계약당사자 간 자율 합의, 원재료로만 포괄 명시)으로 분쟁 발생 및 협의 지연 발생과 유관 제도와의 형평성 문제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등과 같은 유관 제도와 건설공사의 내역 체계는 ‘규격’을 기준으로 오랫동안 운용되어 왔지만, 하도급자의 경우 연동제 적용 확대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위해 ‘품목’을 기준으로 연동기준 설정 요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원도급자는 연동제 적용 축소를 위해 ‘규격’을 기준으로 연동제 시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동제를 주관하는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산업에서 ‘품목’과 ‘규격’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을 고려치 않은 채 연동제 관련 여러 공식 문건에서 ‘품목’과 ‘규격’을 혼돈하여 명시하거나, 하위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품목’을 기준 단위로 오해 해석할 수 있는 사항을 제시하고 있어 혼선 발생을 가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연동제 도입에 따른 건설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 △짧은 계도기간(2023.10.4.~2023.12.31, 3개월)의 연장, △연동제 운영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 유권해석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행정지원 강화 △연동 지원본부를 통한 기업 단위 ‘(가칭)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 준수 인증제’ 도입·운영 등을 제시했다.

전영준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건설업은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로 이루어지는 도급 구조 내에서 대금 지급이 이루어지기에 연동제 도입 시 발주자로부터는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면서, 하도급자에게는 해당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연동제는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이 원도급자에 국한하기에 하도급자의 허위·왜곡 신고 시 보호받을 수 없다. 또한, 제도의 적용 지역이 국내 건설공사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국내 건설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해외공사에서도 하도급자가 국내기업인 경우 적용되기에 국내 건설기업(원도급자)의 해외 수주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 가능하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무 부처는 현장 혼선 방지를 위한 우려되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조기 추진과 더불어 제도 운용을 위한 탄탄한 인프라 구축의 병행(2-track)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