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는 7월부터 시공자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계획인가 후에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기기로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4월 13일 발간한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 보고서’를 통해 제도개편안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기능과 부작용을 조망하고 추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건산연은 시공사 선정 시기별 장·단점이 공존하고 조기에 선정하면 내역입찰 진행 시 또 다른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직후 시공사를 선정하면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을 줄이고, 사업비 대여가 가능해 사업추진 속도를 향상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계약의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에 따른 공사비 증액 적정성 검토가 어려워지는 등의 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이와관련,  향후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김과 동시에 내역입찰 수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부작용을 최소화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시공사의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져 유찰이 발생하거나 입찰 경쟁률이 대폭 낮아져 궁극적으로는 조합원들의 피해로 귀결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향후 발표될 세부 기준에서 발주자(조합)가 개략적인 설계도서를 제시하면서 입찰자에게 구체적인 설계도서와 계약적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서를 제출토록 요구한다는데 있다.

시공사로서는 △입찰 시점~실 착공 시점 간 단가의 괴리 △입찰 후 변경되는 설계에 따른 물량의 불확실성 △사업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도서와 내역서를 작성하는 것 대비 많은 입찰 비용이 소요되는 삼중의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같은 방식은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방식을 포함한 공공공사의 기술형입찰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해주고 있고, 입찰 시 기술 또는 설계제안에 따른 설계보상금(공사예산의 1~2%)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보다는 리스크가 상당히 완화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격한 건자재 물가 변동 등에 따라 입찰 시와 실착공 시의 시차에 따른 단가 격차로 인한 손해가 커져 대규모 유찰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정비사업에서도 대규모 유찰이 발생하거나 경쟁 회피로 인한 단독입찰 구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산연의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부터 공사 발주방식과 계약내용 전반을 아우르는 입체적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비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해 인허가 과정에서 높이나 용적률 변화 등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발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초기 단계에 시공사에게 구체적인 설계안과 계약적 구속력을 지닌 내역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시공사 간 경쟁 촉진을 통한 조합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설계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입찰 이후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발주방식으로 CM at Risk(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을 정비사업에 맞게 일부 수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한편 건산연은 CM@R 방식을 정비사업에 적용할 경우 △설계변경 최소화 △최대공사비 보증계약으로 공사비 상승 방지 △사업 투명성 제고 등의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