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액 50순위 이하의 1등급 업체들을 포함한 300여개 중견ㆍ중소건설업계가 조달청이 지난달말 개정한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등록 및 운용기준’을 개정 전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등록 및 운용기준에 대한 탄원서’를 국회와 청와대,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17개 기관에 제출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업체들이 자기회사 등급보다 하위등급 공사에 공동도급으로 참여할 경우 종래 최대 50%까지 지분을 허용하던 것을 10-20%까지만으로 대폭 제한한 부분을 환원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건설사들이 하위등급 입찰에 10~20% 지분률로는 참여에 실익이 없어, 상위등급 업체들로서는 그동안 하위등급 공사에 공동도급으로 참여하던 시장을 잃어버린 셈”이고, 아울러 “면허 유지를 위해 최소 인력을 보유한 회사가 다수인 3~4등급 이하의 중소업체들은, 최저가 견적 인력이 없어 상위 등급업체와 공동도급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보유한 기술인력 부족으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할 수 없어 기술인력이 풍부한 업체와 공동도급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저가공사를 낙찰받아도 일부 재무능력이 우수한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3~4등급 업체들은 보증서 발급시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당장 현장 운영자금이 부족한 현실에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예치한 뒤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 공사계약을 포기하거나, 설령 계약을 체결해도 유동성 문제로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기간 중견ㆍ중소건설업계는 자신이 속한 등급의 공사를 상위등급 업체들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지난6월 조달청은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등록 및 운용기준’을 개정하면서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었다.

해당 등급 업체들이 해당 등급 대상 공사를 대부분 수주하도록 하는 것은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제도를 운영하는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이를두고 조달청을 비난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또 상위등급 업체들과 공동도급을 하면서 견적을 제공받지 않으면 견적도 못내는 건설업체, 간신히 등록요건만 충족하고 있어서 상위등급 업체들과 공동도급해야만 PQ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 보증서도 발급받을 수 없는 지경으로 운영자금에 몰린 건설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공공공사를 나눠달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입찰제도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예산 범위 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안전한 시설물을 확보하기 위해 능력있는 업체를 선별하는 것이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어서 불쌍한(?) 업체를 지원하자는 것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