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기관 귀책 사유로 인한 정당한 계약금액 조정을 거부하는 발주기관 횡포가 상당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공공사 공기연장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시평 상위 50위권 14개 건설사의 공공공사 현장 821곳 중 30.9%(254곳)에서 발주기관 귀책사유로 인한 공기연장이 발생했고, 이중 계약금액 조정이 이뤄진 곳은 29.9%(73곳)에 그쳤다는 것이다.

10개 공공공사 현장가운데 3곳에서 발주기관 잘못으로 공기가 연장되는데 이중 2곳은 이에따른 손실을 시공업체에 떠넘기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기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공공발주처들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종합건설업체와 수직적 갑을관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전문ㆍ설비건설업계에서 마저 발주기관을 ‘수퍼갑’이라고 지칭하며 종합건설업계 보다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으로 비난하고 있겠는가.

2년이면 충분한 100억원짜리 건설공사의 공기를 5년으로 잡아 시공사들이 1분기만 일하고 나머지 3개 분기의 현장관리비 손실을 떠안는 사례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정부는 발주기관 예산부족 및 예산사용체계, 사업계획 및 설계변경, 용지보상 등의 지연이유를 설명하지만, 공기연장이나 발주처 임의의 설계변경 부담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행태는 변명할 수 없는 공공기관들의 횡포다.

과거에는 시공사들이 공사를 하면 다소라도 이익이 남는 구조여서 ‘수퍼갑’의 횡포를 참아냈으나, 최저가에 실적공사비로 깍일대로 깎인 공사금액으로 수익률이 바닥인 지금은 더 이상 시공사들이 버텨낼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는 적어도 공공발주처가 ‘수퍼갑’인 건설시장에서만은 경제민주화가 대ㆍ중ㆍ소 건설업체간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공발주처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

먼저 정부가 변화하는 모범을 보여라. 그리고 건설업계에게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