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억원 미만 국가공사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지역의무 공동도급’을 모든 국가공사로 확대 적용하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5월7일 발의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262억원 미만에 적용해오던 ‘지역의무 공동도급’을 지역제한 입찰을 제외한 모든 공사로 확대하는 ‘지방계약법’이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이번에는 모든 국가공사에까지 ‘지역의무 공동도급’을 확대 적용하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우리는 바로 지난호 본란을 통해 ‘지역의무 공동도급’ 확대를 비판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공동도급’제도의 폐혜가 심각한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또한 현행 공동도급제도가 건설산업의 탈법과 부실시공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해왔다.

올망종망한 지역 건설회사 서너개가 컨소시엄에 붙어서, 실제 시공에는 참여하지도 않고 부금만 떼먹는다는 사실은 정부도, 발주처도 감리회사도 다안다.

이 회사들이 한 현장에서 복닥거리면 시공이 제대로 될리도 없다.

주계약한 건설업체 혼자서 시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 정부도 발주처도 감리회사도 눈감고 마는 것이다.

모든 관련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를 왜 그리 확대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이낙연의원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자.

“최근 경제 침체로 인한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97년 대비 2010년에 매출액이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중소건설업체의 8.5%가 무실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소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8.9%나 됨에도 매출은 전체의 32.7%에 불과해 대기업과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실정이다. 현행 제도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지역 간의 균형발전 및 대ㆍ중소 건설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은 공사규모에 관계없이 지역 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도록 법률에 지역의무공동도급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중소업체들의 실질적인 수주물량을 확보해 중소건설업체 육성 및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종합건설업체수는 1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실제 건설역량을 갖춘, 건설회사다운 건설회사는 1천개도 안된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건설업계에서 들리는 판이다.

나머지 대다수는 시공역량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이들은 소형공사 공공입낙찰제도가 변별력이 없고 허술한 틈을 파고든 ‘입낙찰 전문 브로커’이지 건설회사가 아니다.

이들을 포함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공공사 낙찰비율은 허구의 수치다.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도는 지역 업체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제도도 못된다.

오직 지역업체들이 대형건설업체들에게 기생해서 부금만 따먹도록 강제화 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대중소 또는 경향간 상생을 말한다면, ‘지역제한금액’을 높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지역에 정부예산이 뿌려지고, 지역의 실력있는 건설업체들을 육성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공공건설계약제도는 건설생산체계와 민감하게 연동돼야할 사안이다.

몇번 강조했거니와, 공동도급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회뿐아니라 정부기관들도 올 들어 합동으로 ‘공동계약제도 실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논의를 시작했다.

작년 감사원이 공동도급의 폐혜를 지적하고 관련기관 합동으로 공동도급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영향이었다.

그들 정책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논의를 기다려줄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