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는 규모와 관계없이 ‘지역의무 공동도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262억원 미만에 적용해오던 ‘지역의무 공동도급 기준’을 지역제한 입찰을 제외한 모든 공사로 확대하는 ‘지방계약법’이 4월29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공동도급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지적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국회의원들의 한량없는 지역구 사랑이 건설산업이 빠져들고 있는 수렁을 더욱 넓히고 말았다.

현행 공동도급제도가 건설산업의 탈법과 부실시공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해왔다.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란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지역에 소재한 업체를 일정 비율(40~49%) 이상 참여시켜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로 입찰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하는 제도다.

공사규모가 웬만큼만 되면, 올망종망한 지역 건설회사 서너개가 공동도급으로 붙어서, 실제 시공에는 참여하지도 않고 부금만 떼먹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사를 하지도 않고 부금만 받아먹으니 이보다 신나는 장사가 없다.

열심히 지역의무공동도급 확대해 달라고 조를 수 밖에.

주계약한 건설업체도 실력도 없는 지역업체들과 한 공사현장에서 복닥거리는 것보다 부금을 떼주고 마는 것이 훨씬 속편한 노릇이다.

대신 공사입찰참가 조건 때문에 할 수 없이 공동도급에 끼워준 지역업체들에게 부금 띠어주려니 허리가 휜다. 철근 몇개 빼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없겠다.

게다가 이제는 부금 떼먹는 비율이 전 공사의 절반에 달한다.

공동도급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회뿐아니라 정부기관들도 올 들어 합동으로 ‘공동계약제도 실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논의를 시작했다.

작년 감사원이 공동도급의 폐헤를 지적하고 관련기관 합동으로 공동도급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영향이었다.

그런데 집요한 지역업체들은 지역의무공동도급 확대를 달성키 위해 정부의 논의과정을 ‘의원입법’으로 우회했다.

건설산업 정책당국자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건설현장에서 부금만 떼먹는 업체들을 적발해서 응당한 제재를 가하고, 건설현장을 정화하는 것 밖에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