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 수요억제정책과 규제강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7월 10일과 8월 4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와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10일 출범했으니 3년 6개월 동안 24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거의 한 달 반에 한 번 꼴로 대책이 나왔으니 주택 수요자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대책이 나오는 동안 부동산 시장은 잠깐 주춤했을 뿐 짧게는 1개월, 길게는 7~8개월 후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간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52%나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이 뛰자 단독주택·연립주택·빌라 시장까지 영향이 미쳐 서울 주택 전체를 봐도 중간값은 40%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출범 첫해, 정부는 6개의 대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조정대상지역 추가지정이 골자였던 ‘6·19 대책’, 서울 대부분 지역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었던 ‘8·2 대책’ 등이다.  이 중  수요 쪽을 집중적으로 묶었던 정책은 6·19 대책부터 10·24 대책까지 4개다. 하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힌 것은 거의 없었다. 

8·2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집값이 잠시 흔들렸지만 5주간 하락하는 데 그쳤다. 9월 첫째 주부터 상승 전환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말로 갈수록 상승폭을 키우더니 2018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매주 0.2~0.3%씩 올랐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폭등 분위기로 흘렀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동산 규제는 또다시 시작됐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 서울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투기기역 추가지정 등이 이어졌다.

 공급확대 적절히 이뤄져야 정책효과 커

공급 확대가 적절히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9·13 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걸었는데 그 폭이 상당했다.

당시 송파 헬리오시티 등 서울 동남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상당 부분 쏟아졌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면 정부 정책 효과가 제대로 먹힌다는 사실이 이를 확인해 줬다. 

특히 올해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을 시행하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1주 연속 상승하는 등 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악의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난은 주택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대차 3법의 핵심은 2년의 기본 임대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년+2년’ 방식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 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세입자들은 이번에 도입될 임대차 3법을 적용받아 낮은 시세로 전세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전세물건을 내놓지 않으면서 오히려 전세 물건 실종으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세입자들은 집도 보지 않고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거래하는 실정이다. 공급이 제대로 늘어나야 작금의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해결할수 있다.

24번째 대책 전세 안정이 목표… 효과는 글쎄

이에 따라 정부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11·19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의 전셋값 안정 대책이다. 

11·19 대책은 앞으로 2년 동안 전국에 11만4천가구의 전세 주택을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3개월 이상 공실로 남아있던 공공임대주택 3만9천100가구를 기존 월세 방식이 아닌 전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기적인 임대주택 정책으로는 중형 공공임대를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들고 나왔다. 중산층을 위한 30평대 공공임대주택을 내년부터 짓기 시작해 2025년까지 6만3천가구를 확충하고 이후부터는 연 2만 가구씩 공급한다는 것이다.

일부 공공주택의 입주 및 청약 시기도 단축한다. 내년에 진행 예정인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물량도 기존 6만 가구에서 총 6만2천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현재 상황에서 통할 만한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지만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시장 상황을 풀기 위한 정부의 온갖 고민이 11·19 대책에 들어있다”며 “하지만 효과가 먹힐지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현재의 ‘매물 잠김’을 풀어낼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공공재개발, 재건축 제도 도입

내년에는 공공재개발, 재건축 제도가 도입된다. 지금은 대부분 조합이 시행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LH,SH등 공공이 참여해 단독이나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수 있게 된다.

현재 이같은 내용이 골자로 된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업들을 용적률 인센티브, 건축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용적률을 상향하는 만큼 이중 절반을 공공이 기부채납을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사전컨설팅을 통해 서울에서만 적용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지자체로도 확대가 가능하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강남의 경우 워낙 사업성이 좋다보니 임대주택 확대에 조합측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공재건축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하는 것보다는 현금지원이나 공공분양주택으로 대체하는게 조합의 반대를 낮출수 있다고 주택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또한 공공재건축을 할 때 서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후 사업자를 지정하도록 돼 있는데 조기에 사업자를 지정해 사업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기에 민간의 전문성을 반영해 조합이 요구하는 설계나 양질의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공은 물론 민간까지 인센티브 적용을 확대해 도심의 전세난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정체돼 공급이 안되다보니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상승하겠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시그널을 보인다면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은 물론 전세난도 안정시킬 수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과천시의 경우 대규모 신규공급으로 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전셋값이 떨어지는게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불지른 저금리 

저금리도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부동산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로금리에 가깝다보니 이자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로인한 경기 부양을 위해 11월 현재 0.5%까지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1~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년보다 71조원 증가하는 등 부채가 급등하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월 4조원, 8월 6조1천억원, 9월 6조7천억원으로 매월 늘어 부동산 시장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 통화량(M2, 평잔, 계절조정계열)은 3천116조원을 기록했다. 민간 보유한 현금과 정기예·적금 등 단기 저축성 예금이 풍부해 부동산과 달러·금·주식 등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세금으론 정부가 추구하는 안정화 목적 달성할 수 없어

집값의 경우 올해가 가장 유례없이 오른 해이다. 정부가 이를 위해 투기목적의 부동산 근절, 집값과 전월세 가격 안정화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느하나 달성된게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보유세, 거래세등 세금을 갖고 집값 폭등을 잡으려는 자세다.

건산연의 김영덕 연구본부장은 세금으로는 정부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수 없다고 말했다.
투기목적이 아닌 정당한 부동산 수요자에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금 시급히 할일은 지금처럼 부동산 정책을 남발할게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을 고민하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및 파악을 거쳐 다양한 의견수렴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정책들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정책설계후 대책을 내놓는게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