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부는 지난 8일 재정 조기집행 계획을 확정했다.

이제는 연초에 정부가 재정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관례화 된 느낌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경기 둔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3월 말까지 30%, 6월 말까지 60%를 조기 집행할 것”이라며 작년처럼 부처 공공기관별 조기집행 특별점검체계를 가동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들려온다.

올해부터는 부처별 조기집행을 독려하고자 상반기 재정집행실적을 국무총리실의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하니, 각 발주기관들이 또 조기집행에 열 올리게 됐다.

특히 경기 부양 효과가 크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SOC, 일자리 지원, 서민생활 안정 등 3대 분야의 올해 사업 예산 99조4천억원(1천438개 사업)은 상반기에 평균보다 높은 60.6% 수준까지 집행한다는 것이다.

이 중 SOC 예산이 절반을 훌쩍 넘긴 1천78개 사업, 55조1천억원으로 가장 많다.

재정 조기집행이 비록 ‘뒷돌 빼서 앞에 고이는 형국’에 불과하더라도, 경기 둔화에 허덕이는 건설업계로서는 우선 도움이 될수 있는 것이고, 경기 상황에 따라 후에 추경을 통해 SOC 재정투자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으니 손해볼 일은 아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공공투자기관 등이 보여준 조기집행 실적경쟁 행태가 만만찮은 부작용을 일으켜 왔는데, 그에 대한 보완책 논의가 전혀 없이 올해도 조기집행을 무조건 밀어 붙일 태세라는 점이다.

예년부터 지속돼온 조기집행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선금 강제지급이다.

발주기관들이 재정 조기집행 실적 경쟁으로 당장 선금이 필요치 않은 업체에게까지 강제할당식으로 법정의무지급비율(20억미만 50%)이나 최대지급비율(70%)까지 지급해서, 업체들에게 오히려 선금지급보증 수수료 부담을 떠안기는 사례가 횡행했었다.

무조건 선금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조기집행 실적 판단기준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자면, 조기집행은 특정 시점에 공사를 집중 발주케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물량 집중이 자재, 장비 등 물가를 상승시켜 추가적 비용부담을 떠안을 소지도 있는 것이다.

재정조기집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이후 5년동안 매년 반복돼 왔다.

그러나 재정조기집행을 강조만 했지, 조기집행의 정책적 목표가 효율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적절한 방안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안보인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재정조기집행 매뉴얼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