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있는 종합건설회사 수는 1만개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건설회사라고  알고 있는 회사명이 30개에서 100여개를 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 공공발주 공사 규모가 500억원에서 2천억원 정도라고 보면, 건설업계 역시 이들 공사를 수행할 만한 기술력을 가진 건설회사는 이들 100여개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100여개 건설회사들이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을 지탱하고, 작년 600억달러가 넘는 해외건설공사를 수주한 주역들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종합건설사 100위 내 기업들 4곳 중 1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심각한 경영난을 두고, 세간에서는 오랜기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을 지배적으로 하고 있지만, 정부의 건설관련 제도와 정책이 더 심각한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건설인들도 많다.

특히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로 대표되는 정부의 공공공사 계약관련 제도들이 건설회사들을 덤핑과 적자시공으로 몰아 한계 상황에 다다르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담합제재가 이들을 초토화 시켰다.

많게는 총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받은 건설회사가 생겨나는 등 이들 우리나라 핵심 건설회사들 대부분이 정부의 과징금 폭탄에 휘청거리고 있고, 이어서 부정당제재와 발주기관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대로 가다간 버텨낼 건설회사가 없을 지경이다.

이들 100대 건설기업들이 쓰러지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근간이 쓰러지게 된다.

여러번 강조한 바 있거니와, 건설회사는 기술력과 시공경험이 재산의 대부분이다.

쓰러지면 폐기될 PC와 책상과 걸상이 전부지만,  경쟁력 있는 건설회사가 되는 데는 몇 십년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정부에게 건설산업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니라면 어째서 이토록 건설산업 전체를 나락으로 밀어내는 것인가.

담합은 죄다.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담합에 대한 제재는 강력하고 단호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담합한 기업들은 회사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토록 담합 제재가 강력한 이유는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공정위의 담합제재는 한 두개 회사를 제재해서 일벌백계 효과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전체 건설산업의 근간이 되는 100개 핵심 건설업체 모두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회사가 쓰러질 정도로 담합제재가 두려운 것인데도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담합에 연류됐다면, ‘담합의 정의’건, ‘발주제도나 방식’이건, 무엇인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되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초대형 건설회사들까지 정부 공공공사를 기피하는 현 실정을 당사자인 정부만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정녕 건설산업을 포기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