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건설공사에 있어서 발주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간혹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파산이란 채무자에게 지급불능 또는 채무초과상태 등 파산의 원인이 있을 때 파산선고를 하고 채권조사절차를 통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확정한 다음, 파산선고 당시의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하여 권리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환가된 금원을 분배하는 제도를 말하는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 발주자인 도급인이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파산을 신청한 경우 대체적으로 시공업자인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아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수급인이 건설공사를 계속하여 공사를 완성시켜야 한다면 수급인에게 크게 불리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민법 제674조 제1항 전문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수급인 또는 파산관재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적용되어 수급인인 시공업자나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건설공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수급인인 시공업자가 발주자인 도급인의 파산선고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였을 경우 민법 제674조 제1항 후문의 “수급인은 일의 완성된 부분에 대한 보수 및 보수에 포함되지 아니한 비용에 대하여 파산재단의 배당에 가입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따라 시공업자는 기존의 공사완성 부분에 대한 보수 및 보수 외의 비용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도급인인 발주자로부터 직접 보수와 비용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파산절차에 참여하여 파산절차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시공업자가 파산절차에서 주장할 수 있는 보수와 비용 중 보수는 이미 공사를 진행한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미지급받은 기성금 혹은 전체공사 중 이미 완료한 공사에 대한 금액으로 전체공사 계약금액에서 완료한 공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비례한 금액을 의미한다. 그리고 건설계약에 있어서 보수에 포함되지 아니한 비용이란 보수외의 비용으로 건설공사를 계속하기 위한 설비나 재료를 운반하는데 들어간 비용으로 아직 기성부분이나 이행한 공사의 금액에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일반적인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손해를 입은 계약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공사의 발주자인 도급인의 파산으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수급인인 시공업자에게 손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674조 제2항의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의하여 위에서 설명한 제674조 제1항의 보수 및 비용 외에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주의하여야 할 점은 도급인이 파산한 경우에는  도급인이나 수급인 쌍방이 쌍무계약의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쌍무계약의 해제 또는 이행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335조제1항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민법 제674조 제1항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도급인이 파산한 경우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당사자 쌍방이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쌍무계약의 해제 또는 이행에 관한 구 파산법 제50조 제1항(현행 채무자회생법 335조 1항과 같은 내용)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도급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674조 제1항에 의하여 수급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위와 같은 도급계약의 해제는 그  조문의 해석상 장래에 향하여 도급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다13624 판결 참조).

채무자회생법에 의하여 발주자에 대하여 파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시공업자는 건설공사 관련 보수와 비용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행사할 수 ‘파산채권’이 된다.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채무자인 발주자로부터 변제를 받을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390조에 의하여 부인권의 대상이 된다.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한 헹위나 채무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에 담보의 제공, 채무를 소멸하게 한 행위 그 밖에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 등을 파산관재인은 부인하여 파산재단에 귀속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비록  채무자가 지급정지나 파산신청 60일 이내에 한 담보의 제공 혹은 채무소멸에 관한 행위로서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그 방법 또는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그 방법 또는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것 역시 부인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시공업자가 발주자인 채무자로부터 다른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담보나 공사대금을 선지급 받는 행위 등은 파산신청 후는 물론 파산신청 60일 이내에 행하여진 경우에도 모두 부인권의 대상이 된다.  

채무자회생법 제335조는 건설공사계약과 같이 쌍무계약에 있어서 파산관재인이 건설공사계약의 채무를 계속 이행을 선택하여 건설공사가 계속된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 의하여 ‘재단채권’으로 분류된다. 파산절차에 있어서‘재단채권’은 파산채권자의 공동의 이익을 위한 재판상의 비용 등으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 열거되어 있는데, 주로 파산재단의 관리·처분·배당 등의 절차로 인한 비용으로 원칙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청구권이다.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따라 변제되는데 반하여 채무자회생법 제475조에 의하여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파산관재인이 수시로 변제하고 제476조에 의하여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된다. 따라서 건설공사에 있어서 발주자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파산선고 후 파산관재인과 쌍방 합의로 건설공사를 계속할 경우에는 그 합의 이후 건설공사 후 공사대금에 대하여는 배당절차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발주자의 파산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요약하면 발주자의 파산신청으로 인하여 도급계약인 건설공사계약이 해제되면 해제 시까지의 기성부분에 대한 시공업자의 보수 및 비용청구권 등은 파산채권이 되고, 해제 시까지 완성된 결과는 파산재단에 속하게 된다. 파산관재인과 시공업자가 계속적인 공사이행을 선택하여 시공업자가 공사를 완료하면 그 결과는 파산재단에 귀속되고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은 파산선고 전의 공사분을 포함하여 재단채권이 된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02-74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