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최근 건설경기의 침체로 인하여 건설공사에 있어서 상당수의 발주자가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고 있다.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 발주자인 도급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의한 회생을 신청한 경우 대체적으로 시공사인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생절차의 개시로 말미암아 기존의 공사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변하게 되는데, 회생채권이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 회생절차개시 이후의 이자, 회생절차개시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및 위약금, 회생절차 참가의 비용 등을 말한다. 회생절차 개시 전의 건설공사대금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이러한 회생채권에 속하는 것이다.

회생채권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 한다)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수시로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되는 공익채권인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공익채권이란 회생절차 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 등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청구권을 말하는데, 대부분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의 원인으로 생긴 채권이다. 따라서 회생절차 개시 후의 건설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은 공익채권으로 다른 회생채권에 우선하여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에 의하면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건설공사계약은 쌍무계약이므로, 관리인은 건설공사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제2항에서 “제1항의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에 대하여 계약의 해제나 그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할 수 있으며, 관리인이 그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위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 발주자인 도급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우 상대방인 시공사인 수급인은 관리인에게 당해 건설공사계약을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공사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21조에 의하여 이미 공사계약 중 이행된 결과는 채무자인 도급인에게 귀속되는 대신, 수급인은 손해배상에 관하여 회생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상대방인 수급인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현존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수급인은 그 가액의 상환에 관하여 공익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반대로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에 의하여 건설공사 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하고 계속 공사계약의 이행을 선택한 경우에는 그 이후 시공사인 수급인이 계속 공사를 수행한 공사대금은 당연히 전액 공익채권으로 된다. 

주의할 사항은 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가 진행되던 중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관리인이 공사이행을 선택한 경우 수급인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청구권은 회생채권이 아니고 공익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매월 1회씩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에 기하여 공사를 진행하던 중 도급인에 대하여 현행법의 회사회생절차와 유사한 구법인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절차에 있어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경우, 개시 결정 이전에 완성한 공사부분에 대한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이 완성하여야 하는 일은 불가분이므로 그 대금채권이 회사정리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과 그러하지 아니한 것으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공사대금의 지급방법에 관하여 매월 1회씩 그 기성고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중간 공정마다 기성고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는 다를 뿐 아니라, 도급인인 정리회사의 관리인들이 단순히 수급인에 대하여 도급계약에 따른 채무이행의 청구를 한 것을 넘어서서 수급인과 사이에 당초의 도급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기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까지 하였다면, 정리개시 결정 이전에 완성된 공사부분에 관한 대금채권이라는 이유로 공익채권이 아니라 일반 정리채권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03. 2. 11.선고 2002다65691 판결참조). 

또한 역시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과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는 구법인 회사정리법 제103조 제2항과 관련하여서도 대법원은 기성공사부분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급인인 회사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고, 상대방이 정리회사의 관리인에 대하여 회사정리법 제103조 제2항에 따라 계약의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했는데 그 관리인이 그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을 하지 아니하여 해제권 또는 해지권 포기하고 채무의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될 때에는 공익채권으로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다3512·3529 판결 참조). 

따라서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 중간 공정마다 기성고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터파기공사, 골조공사, 설비공사 등 공정별로 지급될 공사대금을 따로 정하여 회생절차 이전에 이미 그 공정별 독립된 채무가 이행이 완료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공정에 대한 공사대금이 회생채권에 해당 될 수도 있는 것은 별개로 하고, 원칙적으로 전체 공사전부에 대하여 발주자인 도급인의 관리인이 쌍방 미이행의 공사계약의 이행을 선택한 경우에는 회생절차 개시 이전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청구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채권 전부를 공익채권으로 주장할 수 있다. <이성환(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02-74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