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최근 건설경기의 침체로 인하여 건설공사대금의 지급이 지체되고 앞으로도 그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도 건설공사사업자는 공사계약 내용에 따라 계속 공사를 진행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발주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공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을 해제하는 대신 이러한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더 이상 공사의 이행을 거절할 수도 있다. 불안의 항변권이란 계약당사자 사이에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을 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불안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 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하고 동시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법원은“공사대금의 지급 의무와 공사의 완공 의무가 반드시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급인이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공사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 의무를 지체하고 있고,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도급인이 공사대금의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그러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자신의 공사완공 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하고(대법원 2005.11.25.선고 2003다60136 판결 참조), 나아가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이미 행하여진 공사부분에 대하여 기성공사금 등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일회적인 급부가 통상 선이행 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와는 달리 위와 같은 공사대금의 축차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도급인의 계약 체결 후에 위와 같은 약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 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계속공사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고 하여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 불안의 항변권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건설공사계약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되어 발주자인 도급인이 공사대금지급을 상당히 지체하여 건설공사 사업자인 수급인이 계약내용대로 건설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도급인이 공사대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 의심에 현저히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한 의심이 해소될 때까지 더 이상의 공사진행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이다. 건축공사는 공사계약기간이 장기간이고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으로 계약당사자 상호간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될 필요성이 다른 쌍무계약에서 보다도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불안의 항변권에 있어서 실무상 중요한 문제는 실제적으로 불안의 사유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불안의 사유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를 말하는데 이는 선이행채무를 지게 된 채무자가 계약 성립 후 채권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 받을 수 없는 사정 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15791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하지만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에 관하여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이 채권자 측에 발생한 객관적·일반적 사정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참조).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공사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기성고에 따라 기성공사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사대금의 기간마다의 정기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공사진행에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발주자인 도급인의 계약내용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건설공사 사업자인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 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계속공사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공사도급계약에서‘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의 인정여부는 단순히 도급인이 기성과 해당 중도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일부 지체하였다고 하여 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선급금이 지급되고 중도금이 일부 지급되어 전체 기성고의 78% 정도가 지급되고 나머지 기성고 지급이 지체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수급인이 공사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하여 불안의 항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2.9.4.선고 2001다1386 판결 참조).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의 발생시기는 원칙적으로 건설공사계약 체결 이후에 발생하여야 한다. 하지만 공사계약체결 이전에 이미 이러한 사유가 있었지만 계약체결시에 이러한 사유가 있는지를 모르고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받기로 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나중에 그 사유를 알게된 경우에도 불안의 항변권은 인정된다고 해석된다. 왜냐하면 불안의 항변권은 사정변경의 효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계약당사자 상호간 서로 대가관계의 채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에서 채무상호간에 견련관계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여된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의 항변권은 상대방에게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계속되는 동안에만 인정되고 상대방에게 이행이 가능한 것이 분명하여지면 소멸한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02-74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