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건설공사에 있어서 수급인(원사업자;원청업체)가 도급인(발주자)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는 많이 알려져 있으나, 수급인으로부터 건물의 일부 공종을 다시 하도급 받는 하수급인(수급사업자, 하청업체)가 그 건설공사대금과 관련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민법 제320조에 의하면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공사 결과 물건인 건물에 대하여 생긴 하도급 공사대금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경우에는 그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하수급인은 건물의 건축주, 즉 도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수급인 즉 원사업자에 대하여 하도급공사대금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일부 견해는 하수급인은 건물의 공사발주자인 건축주, 즉 도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는데, 하수급인이 수급인으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완성된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도급인에 대한 부당한 소유권의 침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견해는 하수급인은 건물의 발주자인 도급인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고 수급인 즉 원사업자에 대하여 하도급공사대금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민법 제320조에서 규정하는 유치권의 일반적 성립요건인 ‘타인의 물건’이라 함은  반드시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제3자 소유의 물건이라고도 관계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견해는 우리 민법상의 유치권 성립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는 상치되는 견해로 파악되어 후자의 견해에 찬성한다. 판례 역시 건설공사에 있어서 발주자인 도급인에 대한 직접 청구권이 없더라도 완성된 건물에 대하여 하수급인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16942 판결과 그 하급심인 서울서부지원 2005.2.17.선고 2004나1664 판결 참조)

그런데 통상적으로는 하수급인이 발주자인 도급인에 대하여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 의하여 공사대금 직접지급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무상 크게 문제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의하여야 할 점은 유치권은 독립된 물건인 건물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이므로 하수급인이 골조공사나 창호공사 등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러한 공사결과물은 건물이 독립된 소유권의 대상 즉 일반적으로는 준공이 되기 전에는 모두 토지의 부합물에 지나지 않아 건설 중 인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유치권은 점유를 하고 있어야만 성립하는 권리이므로 만약 하수급인이 하도급 공사를 마친 다음 수급인에게 건물을 인도하고 점유를 계속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점유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주의하여야 한다.

하수급인이 주장할 수 있는 공사대금채권에는 원래의 공사도급계약만이 아니고 추가공사에 대한 공사대금, 그리고 원래의 공사대상인 건물만이 아니고 이에 부합되는 부합물 즉 원래의 건물에 분리 불가능할 정도로 결합해 거래관념상 하나의 물건이 됨으로서 건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된 물건 예를들면 건물의 증개축 부분, 건물에 부착된 냉난방 배관이나 시설, 주택에 딸린 외부 부엌 등에 대한 공사대금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원래의 건물과 완전히 독립된 식당건물이나 컨테이너 등은 원래 건물의 부합물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원래 건물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는 인정되기 어렵다. 다만 일반 민법 규정에 의한 유치권이 아닌 상법 제58조의 상사유치권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하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을 건물의 완공 후에 그 건물에 대한 임대차 임차보증금 채권으로 전환하여 하수급인이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임차보증금 채권은 외관상 건물 공사대금채권과는 별개이므로 즉 다시 말하여 건물과의 견련성이 없어 건물에 대하여 더 이상은 유치권을 행사하지 못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판례는 공사대금채권을 임차보증금으로 전환한 것은 공사대금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석하여 공사대금채권을 전부 변제받을 때까지 여전히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7. 7. 5. 선고 2006나55670 판결 참조)  

하수급인이 아니고 단순히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에게 모래나 시멘트 등 자재를 공급하고 그 자재대금을 받지 못한 자재업자들이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여기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320조 제1항에 의하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하는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위 건물 신축공사의 수급인과의 약정에 따라 그 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의 건축자재를 공급하였을 뿐이라는 것인바, 그렇다면 이러한 피고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은 그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이고, 피고가 공급한 건축자재가 수급인 등에 의해 위 건물의 신축공사에 사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하여도 건축자재의 공급으로 인한 매매대금채권은 위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대법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 참조), 자재대금 채권자의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건설공사 관련 자재업자 등이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에게 자재대금이나 건설 설비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재나 설비가 투입된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02-74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