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련 공제조합의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치중 하나는 중소건설업체들을 보호·육성하는 역할이다.

건설은 제조와 달리 완제품을 보고 골라서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주로 발주자가 자신의 건설계획을 실행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설회사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거액의 선금을 줘가면서 복잡한 계약과 이행과정을 거쳐 시설물이 완공되고서야 구매가 완료된다.

이 때문에 발주자는 제대로된 시설물을 기한내에 완료할 것을 보증받고서야 그 건설회사와 계약한다.

따라서 건설사업자들은 설계·시공·감리·하자 등 해당 건설과정에 대한 이행과 완공을 약속하는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꼭 필요하다.   

회사 규모가 큰 우량 건설회사들은 어디서든 보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건설업체들이다. 보증기관들은 중소건설업체들에 대한 보증서 발급을 꺼린다. 리스크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발급하더라도 위험 부담을 감안하여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보증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우량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건설관련 공제조합들은 이런 시장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업자들이 십시일반 출자하여 세운 보증기관이다.

건설관련 공제조합들은 우량건설업체들의 적은 리스크와 대규모 건설공사 보증수수료 수입에서 나오는 이익을 근간으로, 중소건설업체들에게 리스크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수수료를 받고 보증서를 발급한다.

법률이 명시적으로 공제조합들의 보증영업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제조합들이 각각의 업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은 설립 취지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이런 암묵적 틀을 깨고, 수수료 수입은 크고 리스크는 거의 없는 우량건설업체들만을 상대로 한 알짜배기 건설이행보증시장을 파먹고 들어왔다.       

1만여개 건설회사 가운데 180여개 특별 우량건설회사만을 선별해서 반값 보증수수료를 무기로 재미 좀 봤다고 들린다.              

그러다 작년 국토교통부가 이를 견제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아예 산자부 소관 ‘엔산법‘을 고쳐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들이대겠다고 나섰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부처간 헤게모니 싸움에 매몰된 것으로 보이는 산자부 모두 실망스럽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우선한다면서 ‘을지로위원회‘까지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런 내용의 엔산법 개정에 앞장섰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