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발전회사에 전력설비가 납품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리를 줄이기 위해 납품잔계를 투명화 할것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주), 5개 발전회사(한국남동발전(주), 한국중부발전(주), 한국서부발전(주), 한국남부발전(주), 한국동서발전(주))에 권고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설비를 책임지는데도 불구하고 보안을 이유로 이들 발전회사들의 설비 납품 과정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업체들의 집중적인 로비대상이 되어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문제나 납품검사 담당자의 집중된 재량권으로 인한 각종 비리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국민권익위가 각 발전회사 및 관계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파악한 문제점으로 먼저 불명확한 사유로 수의계약을 과도하게 하는 등 계약방식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긴급’ㆍ‘부품의 호환성’ 등 불명확한 사유로 특정업체와 계속 수의계약 하고 있으며, 발전회사는 품질관리나 계약과정이 편하고, 계약업체는 납품업체 선정 및 가격책정 로비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의계약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발전회사의 2011년 중 1천 만원 이상 수의계약 비중은 한전 35.99%, 한수원 및 발전사 35.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사유도 연관부품(부품 호환성) 33.9%, 단독응찰에 의한 유찰 48.6%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조달청의 정부구매 수의계약률은 11.5%에 불과해서 비교된다.

주요 기술의 국산화 등을 위해 발전회사와 협력 개발한 제품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된 경우 3년의 보호기간이 지난 후에도 수의계약을 장기 유지하는 관행이 존속하는 점도 지적했다. 2012년 현재 60개사 102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각종 사업 발주시 규격서(설계서)상 공급자재는 복수제품을 표기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특정제품(spec)만 표기하는 등의 관행 역시 보편화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규격서에 한번 표기된 제품은 공개경쟁입찰과정을 거쳐도 사실상 수의계약과 같은 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어 설비담당자 등에게 지나친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도 비리유발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요청자인 설비담당자에게 재량권이 집중되면서 특정업체와 유착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부분 납품비리의 연루자도 설비담당자라는 것이다.

설비담당자가 특정업체의 로비로 설비납품을 결정하거나 수의계약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고, 납품검사·검수 시 편의제공도 가능한 구조로 밝혀졌다.

또 계약물품 납품과정에서 반입·반출된 자재품이 특정인 외에는 노출되지 않아 비밀스럽게 편취해도 통제가 곤란하고, 발전회사의 납품검사·검수관련 규정의 일부조항이 불명확하여, 담당자의 자의적 해석으로 납품비리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발전설비의 안전성을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이 지나치게 엄격해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능력이 있어도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이에따라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거치면서 동일품목에 대한 등록업체수가 많지 않아, 입찰에서 유찰되는 등의 사유로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납품검사·검수 시 형식적인 관능검사에 치중하고, 성능검사에서도 계약업체에서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주로 의존하는 등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익위는 수의계약 입찰건에 대해 ‘수의계약 사유’를 계약체결 이전에 공개해 외부검증 등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계약체결 정보의 공개 범위’를 ‘국가계약법시행령’ 수준으로 확대토록 권고했다.

또한, 개발선정품이 투명하게 지정될 수 있도록 지정결과를 공개하고, 개발선정품 보호기간(3년) 경과 후에는 해당 품목 구매시 공개입찰을 실시토록 하며, 거짓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지정ㆍ취소할 수 있도록 취소요건 규정을 마련토록 권고했다.

이어 권한이 집중된 설비담당자 대신 제3자가 납품검사를 하게 해 업체와의 유착가능성을 차단하고, 자재관리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또 형식적ㆍ외형적인 면에 치중된 입찰참가자격을 개선하여 생산능력 있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넓히도록 하고, 자의적 해석으로 악용될 수 있는 규정에 대해서도 정비하도록 했다.

공인된 제3의 기관을 통해 품질검증을 받도록 하고, 품질시험성적서의 위조여부에 대해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토록 했다.

이밖에도 ‘불합격’ 판정을 받은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사후제재 기준을 마련하고, 납품검사 담당자는 품질시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국민권익위는 “권익위의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관련 납품업체간 상호감시 기능이 활성화되어 납품자재의 품질이 높아지고, 납품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패유발 요인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