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게 갑질을 일삼고 공사 하도급과 설계변경등을 미끼로 금품을 받아 챙긴 대림산업 전 대표이사 등 전·현임직원 1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총경 박정보)는 3월21일 하청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 수주 및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6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림산업 전 대표이사 A 씨를 포함하여 전·현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작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의 대형 건설업체인 대림산업 간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작년 11월 대림산업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등으로 혐의사실을 밝혀내고, 혐의가 중한 현장소장 2명은 구속하고, 전 대표 A 씨 등 9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범행당시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시공한 ‘하남미사 지구 택지조성 공사’,‘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시화 상수도 공사’ 등의 토목공사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던 ㈜한수건설 대표 박수웅 씨에게 “하청업체 평가를 잘 해주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는 등 각종 명목으로 지속해서 금품을 요구하여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C 씨(54)는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공사에 하도급업체로 참여하고 있는 박수웅 대표에게 고급 외제승용차(BMW) 구매를 요구하여 받는가 하면 발주처 감독관들의 접대비 명목 등으로 13회에 걸쳐 모두 2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던 D 씨(60)도 같은 하도급업체 박수웅대표로부터 발주처인 LH공사의 감독관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10회에 걸쳐 1억 4천5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됐다.
  
공사현장의 총 책임자이며 현장소장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당시 토목사업본부장 대림산업 전 대표 A 씨(63)는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부인을 통해 위 하도급업체 박수웅 대표로 부터 현금 2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어 이들을 모두 배임수재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상주-영천 민자 고속도로 공사’현장의 공정을 총 관리 감독했던 감리단장 E 씨(55)도 위 하도급업체 박수웅대표로부터 각종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회에 걸쳐 모두 1천600만 원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되어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했다.

금품을 제공한 하도급업체 박수웅 한수건설 대표이사는 경찰 조사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에 트집을 잡거나 공사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리고, 하도급 협력사 관계 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아직까지도 건설현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그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업체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건설업계의 적폐라고 덧붙였다.

박수웅 한수건설 대표이사는 3월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은 대림산업의 갑질 행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3월22일 열린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강영국 대표이사가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며, 이어서 열린 이사회에서 오너인 이해욱 부회장과 함께 김재율 사장, 강영국 부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모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박상신 건설사업부 부사장, 김상우 석유화학사업부 사장이 새로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대림산업이 지난해 8월26일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를 낸데 이어서, 이번에 다시 하청업체에 대한 ‘파렴치한 갑질’이 밝혀지는 등 시공관리와 투명한 조직관리 모두에서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면서, 1년 전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대림산업 3세 오너인 이해욱 부회장이 2015년 4월 회사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맡은 지 불과 3년만에 이 같은 위기에 봉착한 점을 들어, 재벌기업 세습 경영체계의 부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