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담보물 평가를 사실상 은행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은행업감독규정’개정안이 규제개혁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5월 금융위원회가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직후부터 감정평가업계가 전국에서 반대결의대회를 여는 등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돌이켜보면 1969년까지 우리나라 은행들은 고객들의 담보물건을 자체적으로 감정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은행 평가담당자에 따라 감정평가금액이 들쭉날쭉하고, 이 때문에 대출금을 많이 받으려는 은행 고객이 은행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등 부조리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런 폐단을 일소하기 위해 1969년 4월25일 6개 은행 출자로 한국감정원을 설립하고, 금융기관의 담보감정평가 등 각종 감정평가를 전담토록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국가공인 감정평가 전문자격인 공인감정사 제도가 도입되고, 공인감정사가 다시 감정평가사 제도로 전환됐는데, 1972년 재무부는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금융기관 업무에 필요한 감정평가는 외부평가기관인 감정회사에 의뢰토록 의무화한 것이 오늘이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근저당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라는 법원판결 이후, 은행권들이 부동산 담보 자체감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수익성 확보차원이다.

급기야 올 5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은행 자체감정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은행들의 자체감정이 확산되려하자 각 은행들의 담당자를 불러놓고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었다.

그런 금융감독원이 반년만에 입장을 바꾼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 은행들의 취약한 체력의 실체를 처음 깨달았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버블경제가 은행들의 무차별적 부동산 투자가 화근이 된 것도 알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급기야 전 세계의 금융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도 저축은행 부실과 그 수장들의 비리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동시에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이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지금, 우리는 금융감독원이 어떤 명분으로 지난 반세기동안 담보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지하던 제도를 되돌리려 하는지 묻고 싶다.

금융감독원에게 규정 개정 철회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