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간 업역싸움을 촉발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와 관련해서 양측이 파이 싸움에 매몰된 형국이 됐다.

공공공사를 먹고 사는 건설업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부의 공공건설 정책에 따라 칸막이로 업역이 나눠져 있는 업종간 파이 싸움은 불가피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4월10일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칸막이식 경직적 업역 규제를 유연화 하는 방향 하에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10억까지 확대하는 것은 전문건설기업의 복합공사 하도급 수행경험 및 건설기업이 아닌 건축주의 직접시공 가능금액 등을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부연하고 있다.

국토부가 ‘종합과 전문업종간 겸업제한 폐지’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건설생산체계를 한단계 더 나아가 ‘영업범위 유연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단계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를 추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일단 국토부가 생산체계 선진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작년 말 본지 칼럼을 통해 지적한바 있거니와, 현행 칸막이식 업역체계를 직접적으로 손보지 않고 시장 기능으로 생산체계 변화를 꾀하는 것은 다소 무리해 보인다.

고착화된 칸막이를 법적으로 걷어내지 않으면 각 업역에서 사업을 해오던 각각의 건설업종들이 모두 자신의 파이를 지키고 남의 파이를 넘보는 집단적 싸움으로 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직접시공 가능금액 등을 예시한 것 등을 보고 짐작할 때, 국토부는 소규모 복합공사를 10억까지 확대하더라도 종합건설업계가 전문건설업계에게 빼앗기는 시장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합건설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내심은 ‘시장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 우리들의 파이를 전문건설업종에 왜 떼먹히느냐는 ‘영역보호’ 차원이다.

건설생산체계 선진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정공법이 답이다.

산적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건설산업기본법과 시행령에 담긴 ‘영업범위’를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새로 제시하고 이해당사자를 모두 모아 놓고 논의하는 방식 뿐이다.

정부 정책 추진은 대개 ‘명분’과 논의 과정의 ‘투명성’이 성패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