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 중인 동반성장 관련 하도급법·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두고 종합건설업계이 반발하고 있다. 하도급자 선정 입찰 시 재입찰을 금지하는 내용이나 직접공사비 항목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 결정 금지, 표준하도급계약서의 내용 변경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고 자율적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는 이성남 민주당 의원,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하도급법 및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중소상인적합업종 보호특별법 제정안 등 대·중소기업 간 거래를 규제하는 15개 의안이 계류 중이다.

종합건설업계는 하도급 입찰 참여자들이 담합해 모두 예정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 입찰할 경우, 재입찰이 금지되면 원사업자는 계약가격 결정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입장에 놓여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원사업자의 직접공사비(현장투입인력·재료·장비 비용 등)는 하도급대금 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표준하도급계약서 수정·변경 금지 관련 법률안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필요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관련업계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 간 계약의 가이드라인 역할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사인간의 계약에 있어, 정부가 법률로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는 우리도 동의하는 입장이다.그러나 하도급과 관련하여 이렇게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률이 입안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종합건설업계가 심각하게 되돌아 봐야할 때다.

최저가낙찰제는 물론 턴키ㆍ대안에 까지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합건설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의 동력을 사실상 저가하도급에서 찾아 온 것이 현실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초대형 종합건설업체들이 구축해온‘하도급 계열화 ’마저 무너진지 오래다.오히려 기술력을 인정받던 대형 전문건설업체들이 속속 도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은 도산위기에 몰려, 원도급사를 이중계약 등 과거의 불법적인 사례를 걸어 협박으로 거액을 뜯어 내는 사례도 있다는 풍문까지 들린다.

이대로 가다간 믿고 맡길만한 전문건설회사가 남아나지 않겠다는 푸념이 종합건설업체 직원들에게서 나오는 판이다.동반성장이니 상생이니 하는 구호가 정부주도로 호텔에 모여 상이나 주고 받는 전시행사로 때워지기에는 현실이 심각하다.

건설산업의 미래에 대해 원하도급이 좀더 넓은 시각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때다.그 시작은 종합건설업체들이 자신은‘갑’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부터다. 

동반자 사이에는‘갑’과‘을’이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