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건축사사무소 개설근거를 현행 건축사법시행령에서 건축법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건축사법일부개정안이 곧 국회에서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건축사법에는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와 관련한 내용을, 건축사법시행령 제23조에 “법인이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그 대표자가 건축사여야 한다”고 못박아 놓고 있다. 다만 그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를 “건축사가 아닌 사람이 건축사와 공동으로 설립하고 20명이상의 건축사가 속한 법인이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로 빼꼼이 열어두고 있다.

사실상 건축사가 아니면 법인 건축사사무소 설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10월15일 이같이  시행령에서 있던 건축사사무소 개설근거를  건축사법으로 끌어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규정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지만, 법률의 위임없이 건축사법시행령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법리상 불합리하다는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건축사법개정안을 발의하자 건설시공업계가 시끄럽다.

규제를 고착화 하고 불법의 합법화를 추진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건축사와 건설시공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문제이다.

건설산업 생산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거나 건설관련 규제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설계겸업허용” 문제가 도마에 오르곤 했었고, 건축사들은 이를 막기위해 데모를 하기도 하고 상여를 메고 나타나 공청회를 무산시키기도 했었다.

솔직히, 이 끝나기 힘든 업역싸움에 나서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두고볼 수 없는 것은 국토부의 오락가락 하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2006년 차관주재 정책의제점검회의에서 “겸업허용 방침”을 결정한 바 있고, 2009년 선진화위원회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도 “겸업허용”과 “건축사사무소 명칭사용 의무규제 폐지 및 대표자격 규제완화”를 권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기도 했었다.

특히 2005년10월 이낙연의원이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건축사법개정안은 지금 국토부가 발의한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그때 국토부는 국회에 제출한 이낙연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에 “법률을 개정할 경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달리 건축사만이 법인의 대표가 된다는 기존 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계류해달라”고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법안이 폐기됐었다.

이 같이 국토부는 오랫동안 “설계겸업허용 방침”을 일관되게 고수해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국토부가 발의한 건축사법개정안은 기존의 국토부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게다가 2005년 자신들이 강력 반대해서 폐기시켰던 내용을, 이번에는 그대로 다시 들고 나와 통과시켜달라고 상정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같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방향 때문에 업계와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입장을 바꾼 이유라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정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