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3월25일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방안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심의를 보류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재수렴키로 합의했다.

이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소방시설공사업계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종합건설업계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들린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는 이명수ㆍ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4월 발의했지만 12월 건설업계는 물론 국토교통위원회와 건설노조까지 강력 반대에 나서 계류시킨 바 있다.

이뿐 아니다. 이미 본란을 통해 지적한 바 있거니와,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 상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남경필의원이 발의했으나 폐기됐고, 2008년 소방방재청이 개정을 추진하다가 규제개혁위원회를 넘지 못했으며, 2009년 주성영의원 역시 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사실상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반복해서 상정되더니 이제는 작년말 무산되다시피한 개정안을 올 2월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추가 발의해 다시 살려내 심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 같이 법안상정과 폐기가 반복된 사례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법안이 상정됐다 심의끝에 폐기됐다면, 거기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의원들이 검토 결과 폐기할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법도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하면 그에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같은 법안의 상정과 폐기가 수 차례 반복되는 현 상황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쟁점은 한 가지다. 소방시설공사업계는 하도급업종에서 탈피, 원도급으로 수주해서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것이다.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분리발주가 종합적인 시공관리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방공사분리발주 법안을 심사했던 의원들은 공공시설물의 안전시공을 위해서는 분리발주가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냈었다.

소방시설공사의 수익률 문제는 하도급자 보호제도로 풀어나갈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번 검색만 해봐도 소방공사분리발주는 이전에 반복해서 폐기됐던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인데, 같은 내용을 의원입법으로 상정하는 의원들은 이전에 법안을 심사했던 다른 의원들의 수고와 능력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열리게 될 공청회에서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추진한 측에서 최소한 지금까지 내세웠던 법개정 이유와 다른 그럴듯한 주장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 최소한 올해 추가 발의한 의원님의 면이 살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