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작년 1년간 노력 끝에 지난주 ‘기술제안입찰 입찰안내서 표준안’을 마련해 배포했다.

작년 4월에 ‘기술제안입찰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고, 7월에 ‘기술제안입찰 심의운영 규정’을 제정한데 이어, 이번에 ‘기술제안입찰 입찰안내서 표준안’이 마련됨으로써 국토부가 구상한 기술제안입찰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대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는 합리적인‘기술제안입찰 입찰안내서 표준안’ 마련을 위해 한국시설안전공단ㆍ서울시립대학교ㆍ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수행케 했었다.

지난 10월31일 서울시립대학교에 개최된 세미나에서 연구진들은 ‘기술제안입찰 입찰안내서 표준안 초안’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지적받고, 신중한 검토를 약속했었다.

3가지 문제점은 △기술제안 입찰시에 제안기술이 승인되지 않고 원안대로 공사를 수행할 경우 공사비가 원안보다 감액되는 제안은 금액 조정 없이 원안대로 시공해야 한다. △기술제안은 제안된 일부 범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에 대해 제시된 것으로 봐서 입찰자는 설계서의 누락 및 오류를 수정제안해야 하고, 제안되지 않은 사항은 원안대로 제안된 것으로 간주하여 설계변경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안내서 내용 해석상 차이가 있는 경우 발주기관의 해석이 우선하고, 계약상대자는 발주자의 설계도서 수정보완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비용은 입찰금액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한다. 등이었다.

이번에 확정 발표된 표준안에는 국토부가 건설업계의 의견을 수용해서 ‘기본설계만 입찰자가 설계변경 비용을 부담’토록 했고, ‘발주자 요청의 설계도서 수정보완 비용을 입찰금액에 포함’시킨다는 조항은 삭제됐다.

전체적으로 깊이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수작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기술제안 입찰시에 제안기술이 승인되지 않고 원안대로 공사를 수행할 경우 공사비가 원안보다 감액되는 제안은 금액 조정 없이 원안대로 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그대로 담긴 것은 커다란 흠이라 할 수 있다.

작년에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거론한 바 있지만, 이는 분명한 ‘갑’의 횡포다.

기술제안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무슨 범법행위인가?

기술제안의 경우 거의 대부분 원안설계보다 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그래야 기술제안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해당 부분에 기술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부적격제안 처리될 경우, 원안대로 공사를 하게 되는데, 왜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기술제안 가격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것인가.

원안대로 시공하는데 원안설계금액을 줘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국토부는 “일단 적용해 보고 실제로 시장에서 문제가 커진다면 재고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들리는데, 합리적이지 않은 제도는 미리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토부에 재고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