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건물공사계약은 원칙적으로 도급계약이고 이러한 도급계약에 있어서 완성된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보수 또는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수급인 즉 시공사인 건설사업자가 도급인 즉 발주자인 건축주에 대하여 부담한다. 하지만 민법 제669조는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수급인이 이러한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다만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하자의 원인이 수급인이나 도급인 중 누구의 행위나 책임에 귀속될 수 있는 지에 따라 공평의 원칙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의 귀속주체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공사계약에 있어서 원래의 발주자와 시공사 사이의 원도급계약만이 아니고 원수급인 즉 원청과 하수급인 즉 하청사이의 하도급계약 역시 법적으로는 도급계약이므로 민법 제669조는 하도급계약에도 역시 적용된다. 나아가 건물공사과 관련하여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도급계약으로 해석되는 설계용역계약이나 감리용역계약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된다. 

건물공사계약의 목적물인 완성된 건물에 있어서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하였다 하더라도 수급인이 도급인이 제공한 이러한 재료나  지시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는 수급인으로서 계약상의 부수적인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귀책사유가 있어 하자담보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은 도급계약의 목적인 일을 완성할 능력과 지식을 보유하고 도급인이 의뢰한 일을 완성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므로 주된 급부의무를 본래의 채무 내용대로 실현하기 위하여 적절히 준비하고 완성된 일에 하자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설령 도급인의 지시나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라 할지라도  향후 도급계약의 목적인 일의 완성에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이를 고지하여야 할 부수적 의무가 있는 것이다. 건물공사계약에 있어서는 하자없는 건물의 완성이 계약의 목적이므로  향후 완성된 건물에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설령 건축주의 지시에 의한 것이거나 건축주가 제공한 재료로 말미암은 경우라 하더라도 시공사는 이를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수적 의무 위반이 되어 역시 하자담보책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고지의무의 정도는 일률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공사에 관한 도급인의 지식과 능력, 도급인의 시공 관여 정도, 도급인 지시의 구속력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도급인이 설계나 재료의 부적당함을 이미 알고 있던 경우나 도급인이 수급인보다 우월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에게 고지의무를 부담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하자가 발생하였더라도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수급인이 건물의 신축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수가 솟아 나와 수급인이 이를 감리인에게 알렸지만 감리인이 위 지하수의 분출은 설계변경을 할 정도의 것이 아니므로 그냥 공사를 진행하여도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여 수급인이 그 말을 믿고 위 지하수가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그의 지시에 따라 솟아난 지하수를 밖으로 빼내는 조치만 취한 채 그대로 공사를 진행한 사안에 있어서, 도급인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하는 수급인은 그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면서도 이를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완성된 건물의 하자가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담보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공사의 감리인은 건축주의 지정과 의뢰에 따라 건축주를 위하여 건축시공자가 하자 없는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지식을 동원한 재량으로 공사가 설계도서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시공자를 지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므로 수급인이 공사 도중에 발생한 사정을 감리인에게 고하고 그의 지시에 따라 원래의 설계도서대로 공사를 계속한 것이라면 가사 완성된 건물에 설계도서의 결함으로 인한 하자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수급인이 설계도서의 부적당함을 알면서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1747, 31754 판결 참조).

민법상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은 명문으로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임의규정으로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특약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도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으므로 담보책임면제특약이나 경감특약은 당연히 효력이 있다. 하지만 민법 제672조가 명문으로“수급인이 담보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급인의 고의적으로 부수의무인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사회상규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담보책임 면책특약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강행규정이다. 이 법규정은 단순히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약정만울 규정하고 있지만, 담보책임기간을 단축하는 등 법에 규정된 담보책임을 제한하는 약정의 경우에도, 수급인이 알고도 고의적으로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 그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상규상 허용될 수 없다면 이 규정의 취지를 유추하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실무상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설계도면이나 공사시방서상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공사시공 이전에 도급인에게 미리 알려 도급인의 지시를 받도록 하거나, 도급인이 제공한 자재나 대여품에 그 품질 또는 규격이 시공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도급인에게 통지하여 그  대체를 요구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러한 규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도급인의 건물공사에 있어서의 지식과 능력, 도급인의 시공 관여 정도, 도급인 지시의 구속력 정도 등을 종합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하자담보책임을 감경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02-743-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