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일괄입찰(턴키) 등 기술형 입찰에 대한 상위 10개사 간 공동도급 제한을 페지하는 내용의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 개정안을 4월 26일 행정예고하자, 건설업계가 시끌벅적하다.

가뜩이나 건설업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갑작스레 먹거리를 나누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상위 10개사 공동도급 제한은 2008년 조달청이 도입할 당시에 해당 건설사들의 불만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민간의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지만, 중견건설사의 기술형입찰 참여를 돕고 기술형입찰 경쟁 촉진을 통해 낙찰률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정부의 도입취지가 강력했고, 턴키입찰담합 의혹 여론에 밀렸던 대형사들은 숨죽이고 규정 개정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6년. 건설업계 기술형입찰 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대형 턴키공사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대형건설회사들이 지금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며 시큰둥하고, 태반이 회사내 공공수주영업팀마저 없애버렸다.

한 두해 전부터 기술형입찰에서 유찰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더니 이제 무응찰 사례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따라서, 지금이 기술형입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조달청의 개정안는 16년만의 개정치고는 검토 폭이 지엽적이고 과정이 폐쇄적이다. 

기술형입찰의 문제는 10대 대형사간의 공동도급 제한만이 아니다. 정부는 민간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져오겠다면서도, 실상은 낙찰률 하락을 유도하고, 입찰비용을 증가시키고, 업체 리스크 부담에는 눈을 감았었다. 

기술형 입찰제도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기술형 입찰 시장에 참여하는 건설회사가 기껏 30-40개에 불과한데도, 건설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자리 한 번 없이, 민감한 사항을 지들끼리 뚝딱 결정해버렸다.

건설업계는 궁금하다. 정부가 앞으로 기술형입찰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려 하는지. 16년 전에 조달청이 10대 건설업체간 공동도급을 제한한 이유가 이제는 다 해소됐는지. 어떤 시뮬레이션을 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이지. 건설업계에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은 왜 생략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