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저당권이 설정된 건물의 증개축이나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하여 건축주인 도급인이 건설업자인 수급인에게 건설공사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도산하여 건설공사의 목적물인 건물이 경매에 회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러한 저당권에 기한 부동산 경매에 있어서 경매 목적물인 건물의 소유권을 경매절차에서 취득하거나 혹은 경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과 건물공사대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시공업체인 수급인과는 어떤 관계인지 그 우선 순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치권이 저당권 설정등기가 되기 전에 이미 성립한 경우에는 당연히 유치권자인 수급인이 저당권자에 우선하여, 이러한 저당권에 근거한 경락자나 새로운 소유권자에 대하여도 유치권을 계속 주장할 수 있음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저당권에 의한 경매신청으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가 된 경우에 비로소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로 말미암아 건물에 대한 압류의 효력이 있어, 압류 후 유치권을 취득하더라도 압류의 처분금지효로 말미암아 그 유치권은 저당권에 근거한 경매로 인한 경락인이나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문제는 저당권설정 후 경매신청에 의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이다. 이 경우 이미 저당권이 설정된 것을 알고서도 건설공사를 하여 유치권을 취득한 건설업자인 수급인이 경매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경락인이나 새로운 소유권자에게 계속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유치권에는 민법 제32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민사유치권과 상법 제58조에서 규정하는 상사유치권이 있는데 이 두 유치권은 그 성립요건을 달리하고 있다. 상법 제58조는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의 성립요건을 변경·완화하여 채권자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계속적 신용거래를 원활·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 사이의 합리적인 담보설정의사를 배경으로 하여 추인된 법정담보물권으로, 민사유치권과 달리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개별적인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채무자 소유의 물건’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러한 제한이 없는 민사유치권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참조).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는 동산만이 아니고 부동산도 포함하므로 건물에 대하여도 그 건물 공사와 관련한 채권이 있으면 당연히 상사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먼저 일반적인 민사 유치권과 저당권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살펴보면 대법원은 「부동산 경매절차에서의 매수인은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에 따라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는 것이 원칙이나, 채무자 소유의 건물 등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하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는 경매로 인한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유치권 취득시기가 근저당권설정 후라거나 유치권 취득 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고 판시하여 비록 민사유치권 취득이 저당권 설정등기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

하지만 일반적인 민사유치권이 아니고 상사유치권인 경우에는 이와는 달리 채무자 소유의 건물에 대하여 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그 후에 순수한 상사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유치권자는 저당권에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선행 저당권에 근거한 경매절차상의 경락인이나 이게 근거한 소유자에게 상사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상사유치권은 성립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할 것이어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선행(先行)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 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사유치권을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상사유치권이 비록 상사유치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이미 설정된 저당권에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일반적인 민사유치권과 상사유치권은 그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에는 이를 중복적으로 주장할 수 있으므로 만약 일반적인 민사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으면 당연히 민사유치권은 주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이미 선행하는 근저당권설정 등기가 되어 있는 건물에 대하여 증개축이나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하여 건축주인 도급인이 건설업체(수급인)에게 건설공사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도산하여 건설공사의 목적물인 건물이 경매에 회부된 경우에는 수급인이 그 건물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일반 민사유치권은 행사할 수 있으므로 결국 유치권자로서 근저당권에 우선한다. 유치권 취득 이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한 부동산 경매에 있어서 경매 목적물인 건물의 소유권을 경매절차에서 취득하거나 혹은 경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도 공사업자인 수급인은 건물공사대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며 그 공사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건물의 점유를 계속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02-743-7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