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자재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하지만,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향후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월 10일 발간한 ‘건설 경기 변화에 따른 주요 건설자재 수요 변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건산연이 주요 건설자재(시멘트, 레미콘, 골재 및 석재, 철근 및 봉강) 수요와 공급 패턴을 살핀 결과, 건설 경기 회복 및 확장기에는 수요량보다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설 경기 하락국면에서는 실제 수요보다 더욱 급격히 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산연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물량이 감소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재 생산자들은 원자재 비용 증가에 대비하고 향후 공사 물량 위축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감축할 유인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올해 완공되는 공사가 늘어 전반적으로 건설자재 수요는 증가하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이 감소해 자재 생산자들은 재고 조정을 위해 자재 생산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특히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2021년 상반기 철근난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급등과 같은 자재 문제를 향후 2~3년 내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이 올해 건설자재 수요를 추정한 결과 시멘트는 지난해 보다 4.9∼8.1%, 레미콘은 2.7∼8.8%, 골재는 3.3∼8.0%, 철근 및 봉강은 6.6∼8.9%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산연은 이에 따라 수요량과 공급량의 불일치로 가격 변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재고량 확보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한 선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시기는 건설 경기가 침체한 이후 반등하는 시점이라며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하는 공사가 있다면  자재 수급 계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 및 중소 건설사를 위해서는 적정 수요량을 자재 공급업자에게 알리는 채널을 마련해 적정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적정 수준의 자재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안정적 자재 공급이 중요하다는게 건산연의 주장이다. 

정부가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마련해 필요한 주택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자재 수급문제가 발생하면 필요한 재원을 투입하지 못해 공급이 지연되고 집값 상승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건산연은 이에 따라 건설 경기 침체기에 자재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고 재고 물량이 소진될 경우 경기 회복기에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자재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의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에 대한 이해와 자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자재 수급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과 정부가 적정 생산과 재고를 확보해 안정적인 시장 환경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