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건설공사의 시공 중 현장상황이 설계도서와 맞지 않거나 주위 상황이나 공사 여건 등에 사정변경이 발생하거나 혹은 신기술이나 신공법의 개발에 따라 원래의 설계사항을 변경하는 것을 설계변경이라고 한다.

설계변경은 원칙적으로 설계도서 즉 공사시방서, 설계도면, 현장설명서, 물량내역서 등의 변경을 수반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래의 공사계약 금액을 증액하거나 감액하는 계약금액의 조정이 필요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건설공사 중 설계변경이 허용되느냐 혹은 허용되지 않느냐 하는 기본적인 문제가 대두 되는데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계약해석의 문제이고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건설공사 도급계약서나 별도 합의서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등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의하지만, 명백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설계변경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따라 설계변경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1.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도급인이나 수급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방적인 설계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관급공사에 있어서는 설계변경의 허용조건이나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에 대하여 국가계약법이나 기획재정부 예규인 ‘정부도급공사에 관한 계약예규 공사일반조건’ 등에 비교적 상세한 규정이 있으므로 이 규정들에 따라 설계변경에 대한 문제들을 다툼 없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에 있어서는 이러한 상세한 규정들이 없고 다만 국토교통부 고시인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 고시 제2021-1122호 2012. 9. 30.) 에서 도급인의 설계변경의무와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대략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반조건 제21조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이란 제목아래 제1항에서 “설계서의 내용이 공사현장의 상태와 일치하지 않거나 불분명, 누락, 오류가 있을 때 또는 시공에 관하여 예기하지 못한 상태가 발생되거나 사업계획의 변경 등으로 인하여 추가 시설물의 설치가 필요한 때에는 도급인은 설계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서의 내용이 공사현장의 상태와 불일치 그리고 불분명 등 만이 아니고 시공에 관하여 예기하지 못한 상태의 발생의 경우에도 설계변경 사유로 들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설계서에 기재가 없는 암반 등 공사 장애물의 출현이나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홍수 등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유도 설계변경의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관급공사에 있어서 인정되는 설계변경 사유들은 민간공사에서도 대부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계변경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수급인인 시공업자가 신기술이나 신공법에 의하여 공사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설계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도급인인 발주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민간건설공사의 경우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계약 금액의 조정은 공사도급계약서에 정한 바가 있으면 그에 따르고, 공사도급계약서에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한 규정이 없으면 도급인과 수급인의 합의에 의하되 그렇지 아니하면 일반적인 관례나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반조건 제21조 제2항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의 증감이 발행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공사기간을 연장하거나 단축한다.

1. 증감된 공사의 단가는 제9조의 산출내역서상의 단가를 기준으로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2.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로 한다. 3.증감된 공사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 등은 산출내역서상의 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아니하였고 설계변경에 대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위에서 정한 기준을 준용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위 기준은 관급공사에 있어서도 유사한 기준으로 일반적인 건설공사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 형평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설계변경에 의한 금액조정이 당사자 사이에 계속 다투어질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결정될 수 밖에 없고, 이때에는 일반적으로 법원이 전문감정인을 선정하여 그 금액을 산정하도록 한 후 조정금액을 최종 결정하고 있다.  

설계·시공 일괄계약이란  소위 턴키계약(Turn-key Base Contract)를 의미하는 것으로 도급인이 의욕하는 공사 목적물의 설치목적을 이해한 후 그 설치목적에 맞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공사를 시행하며 그 성능을 보장하여 결과적으로 도급인이 의욕하는 공사 목적을 이루게 하여야 하는 계약을 말한다(대법원 1996.8.23. 선고 96다16650 판결 참조).

상당한 수의 민간 건축공사 특히 소규모 민간 건축공사의 경우 이러한 설계·시공 일괄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건축물의 모양이나 면적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설계와 시공을 시공업자에게 일임하는 경우 등이다. 

설계·시공일괄계약의 경우에는 수급인은 도급인이 원하는 건설대상물의 건설목적에 부합하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공사를 시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급인이 정확한 설계도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설계·시공일괄계약에 있어서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대금의 증액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설계·시공 일괄계약에 있어서도 설계변경의 경우에 공사금액을 조정한다는 조항이 있거나, 혹은 공사기간의 변경 등 공사내용에 변경이 있으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계약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내용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설계·시공일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설계변경을 하게 된 원인이 도급인(발주자)의 요청이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거나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공사대금을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