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한 지 20년이 넘은 낡은 도시공원을 재정비하기 위해 민간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8월17일 ‘성숙도시 시대, 노후·저이용 도시공원 재정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Park-PFI(공원민간유치사업) 제도’ 등과 같이 민간 재원을 활용해 낡은 도시공원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현재 도시공원에서는 조성된 지 오랜 기간이 지나 노후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8년 공원 수 기준으로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공원은 34%, 10년이 넘은 공원은 66%에 달한다.

도시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서울시의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생활권 내 공원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조성 후 20년이 넘은 공원이 전체의 69%, 10년 이상은 91%에 이르는 등 공원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원은 수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오래될수록 좋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노후화로 일상적인 유지·관리를 넘어서는 수준의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는 놀이기구의 노후화 및 안전 문제 등으로 재정비 수요가 잦다. 또 과거에 조성된 공원의 경우 설계기술 부족 등으로 잠재적인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조성 당시 수목의 식수와 관련한 세심한 계획이 부족하거나 조성 후에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곳이 많다. 이로 인해 위험수(부러질 우려가 높은 나무 등)가 방치된 곳도 적지 않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공원 이용자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순한 면적이 아닌 공원의 질“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원 정책은 양적 확대에만 치중했지 공원의 질적 개선에는 상당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공공재인 공원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공공 예산 투입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원 성능평가를 바탕으로 공원 개선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연계 가능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건산연의 주장이다.

이와함께 효율적 자원 배분과 불필요한 특혜 시비 최소화를 위해서는 체계적 평가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하고 도시재생, 생활SOC 사업 등 연계 가능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공원재정비 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원재정비 사업에 민간부문(영리)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건산연은 이를 위해 민간투자를 활용한 공원재정비에 적합한 신규 사업방식인 가칭 ‘민간 도시공원 재정비 특례사업’을 제안했다.

건산연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가용예산 부족과 공원의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지난 2017년 ‘Park-PFI’ 제도를 도입해 민간의 재원과 노하우를 공원의 운영·관리·개선에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Park-PFI 제도를 기반으로 민관합동 공원재정비를 통해 상당한 예산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지역 주민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SNS를 활용해 사업비를 모금하고 지자체를 압박해 추가적인 예산을 지원받아 주도적으로 공원을 재정비해 나가고 있는 사례도 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CSR(사회적 책임) 재원을 공원 재정비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이들 국가에서는 주민주도 활동을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이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사업 예산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도 공원 내 기업홍보가 가능한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등 기업의 참여 동기를 높여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공공재인 공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원 투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이와 동시에 민간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