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심상찮은 ‘부동산 민심‘을 감지하고 사실상 정책기조 전환을 약속했던 여당이 선거 참패 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25차례 부동산대책을 사실상 뒤집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8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 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집값 폭등, 세금 폭탄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크게 실망감과 분노를 표시했다. 

정부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기존 부동산 정책 전환과 함께 새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 시장 등과 긴밀히 협력해 규제를 풀고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요를 억누르는 데만 집중하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뒤늦게 부랴부랴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다 보니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주택 공급의 주체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꿔야 한다.

오 시장은 서울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를 없애는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민간주도의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시장이 임기내 공약을 실현하려면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시의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여당이어서 앞으로 갈길이 쉽지많은 않아보인다.

여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선거에 참패하고 지도부가 바뀐다고 해서 선거 전에 내놓은 약속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말고도 다른 부문에서도 벌써부터 그럴 조짐이 엿보인다. 일부 친문 인사들은 선거 패배 이유를 개혁과제 실행 부진으로 돌리며 ‘개혁‘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아집도 이런 아집이 없다.

부동산 실정에 대한 민심의 분노는 보궐선거 결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은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민간이 주도하는 공급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또 선거결과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가 커져 일부 지역 집값이 치솟는 등의 시장 불안 상황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선거참패를 겪고도 기존의 부동산 기조를 바꾸지 않고 아전인수식 정책만 고집한다면 민심과는 영원히 멀어질수 있음을 정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