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변호사(법무법인 안세)

하수급인이 하나의 계약으로 여러 동의 건물에 일정한 공사를 한 경우 유치권의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즉 건물전체에 대하여 공사대금 전액의 담보를 주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한 세대마다 한 세대 당 공사대금에 대한 담보를 주장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제가 된 사안은 다세대주택 재건축공사에서 창호공사 등을 하도급 받은 하수급인이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인인 건축업자에게서 공사대금을 다 받지 못하여 해당 다세대주택의 한 세대를 점유하여 공사대금 전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한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하수급인에게 점유하고 있는 한 세대의 공사대금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공사대금 전부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하여 상반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먼저 판례에 나오는 사실관계를 요약한 후, 원심의 태도와 대법원의 태도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저의 의견을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토지소유자 A는 같은 대지 위에 총 56세대(총 7동)의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기로 하고, 2002년 2월 B에게 공사를 도급 주었고, B는 그 공사 중 창호공사를 C에게 하도급 하였습니다. C는 2003년 5월 창호공사를 완료하였으나 B로부터 총 공사대금 267,387,000원 중 110,000,000원만 지급받고, 나머지 157,387,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C는 신축된 다세대주택 중 한 세대를 점유하면서 A에게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56세대 전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통지를 하였습니다. 이후 C가 점유 중인 세대의 소유권을 취득한 D는 C에게 잔여 공사대금 중 D 소유 세대의 공사금액 3,542,263원만을 지급받고 건물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C는 모든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인도할 수 없다고 다툰 사건입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주택으로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액에 관하여는 ‘①유치물의 소유자가 제3자인 경우에는 그 제3자의 희생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에 비추어, 그 행사범위는 공평의 원칙상 당해 채권과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는 특정한 물건과의 견련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엄격히 제한될 필요성이 있는 점 ②민법 제320조 규정의 문언 자체의 해석에 의하더라도 타인 소유의 특정한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자는 그 특정한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에 대하여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 사건 주택은 구분건물로서 다른 55세대의 주택과는 구별되어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특정한 부동산인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주택을 담보로 성립하는 피고의 유치권은 (중략) 피고가 점유하고 있는 이 사건 주택에 대하여 시행한 공사대금 3,542,263원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C에 대하여 B로부터 3,542,263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주택을 인도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여기서 견련관계란 용어는 쉽게 풀어 말하면 특별한 관련성을 얘기한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하여 원심의 판단을 배척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공사계약은 위 다세대주택에 대한 재건축공사 중 창호와 기타 잡철 부분을 일괄적으로 하도급한 하나의 공사계약임을 알 수 있고, ② 또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공사대금은 구분건물의 각 동호수 별로 구분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 전부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고, ③ 그 공사에는 각 구분건물에 대한 창호, 방화문 등뿐만 아니라 공유부분인 각 동의 현관, 계단 부분에 대한 공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④ B가 C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일부를 지급한 것도 특정 구분건물에 관한 공사대금만을 따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 전체에 관하여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중략) 
C가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 전체에 대한 공사를 완성하여 이를 점유하다가, 현재 나머지 목적물에 대하여는 점유를 상실하고 이 사건 주택만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치권의 불가분성에 의하여 이 사건 주택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공사대금채권 잔액 157,387,000원 전부를 담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주택의 소유자인 D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택의 공사비가 아닌 다른 주택의 공사비까지 책임을 떠안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볼 수 있으나, C의 공사대금채권 전부와 공사 목적물 전체 사이에는 특별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즉 이 사건 공사 목적물 전체가 C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한다고 할 것이고, C가 나머지 목적물에 대하여는 점유를 상실하고 이 사건 주택만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특별한 관련성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유치권의 불가분성(유치권의 효력범위)에 대한 법리에 충실한 해석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