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화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코로나 재확산이 이어지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서민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한 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잇따른 추경 편성으로 나랏빚도 덩달아 급증하게 됐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9월10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를 담은 ‘2020년 제4회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3월 11조7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시작으로, 4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천억원 규모 2차 추경, 6월 경기보강을 위한 35조1천억원 규모 3차 추경을 편성해 집행한데 이어 4번째다.

이번 4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본예산(512조3천억원)을 제외한 총 67조원에 달하는 추가 예산을 편성한 셈이다. 그만큼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8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4차 추경 편성과 관련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반등의 시간이 늦춰지고 각종 경제 활동이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하반기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는 동시에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 사태가 재확산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하방리스크가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고, PC방과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제한이 시행됐다. 서비스업·소상공인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른 고용불안과 저소득층 생계곤란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차 추경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생계위기·육아부담가구에 맞춤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 간 한시적으로 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전체 추경 규모의 절반 가까운 3조8천억원이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377만 명에게 현금지원 방식으로 지급된다.

영업제한 등으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을 위해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설, 연매출 4억원 이하 일반업종은 100만원(243만4천명), 영업을 중단한 집합금지업종은 200만원(15만 명)을 지원한다.

수도권 음식점·커피전문점 등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영업제한업종에는 150만원(32만3천명)을 지급한다.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업종은 매출 규모(4억원 초과)나 매출 감소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용불안을 겪는 특수고용직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1조4천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180일에서 60일 연장하고, 50만~150만원의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추가 지원하는 등 119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 긴급 생계지원을 위해서도 4천억원을 투입해 55만 가구, 88만 명에게 최대 100만원(4인 기준)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 저소득 근로 빈곤층(5천명)에게는 월 180만원의 2개월 단기 일자리인 ‘내일키움일자리’를 제공한다.

각 가정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가족 돌봄 휴가 기간을 최대 20일로 10일 연장하고, 20만원씩 지원하는 특별돌봄지원 대상을 만 7세 미만에서 초등학생까지 대폭 늘려 532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선별 지급 외에도 비대면 경제·사회활동 확대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 13세 이상 전국민(4천640만 명)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한다.

한편 4차 추경 총 7조8천억원은 전액 국비로 충당한다. 7조5천억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 3천억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중소기업진흥채권을 통해 조달한다.

재원 전액을 빚을 들여 조달하게 되면서 정부 총지출은 지난 3차 추경 때보다 7조8천억원 늘어난 554조7천억원에 이른다.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원으로 늘어나 본예산(805조2천억원) 때보다 41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9%까지 치솟아 재정건전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을 곧바로 국회에 제출해 추석 전 최대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