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점을 관통하는 △서울도심 주택 공급을 통한 도시경쟁력 제고 방안 △공공재원이 ‘마중물‘이 아닌 ‘마중물사업‘만 하고 끝나는 현재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활성화 방안 △일몰 위기에 놓인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촉진방안 등이 제시되어 주목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6월1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도심 가치 제고 전략 모색 세미나’를 개최하고, 도심 공간 가치를 높이기 위한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 1주제 : 도심 주택 공급, 도시 경쟁력 제고의 주요한 수단

첫 번째 주제 ‘대안적 도심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발표한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먼저, 2010년대 서울 아파트가 2000년대 대비 40%이상 감소한 점에 주목하고, 이 때문에 서울대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가 커지고, 서울강남과 거리 멀어질 수록 아파트 가격하락 폭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서 서울 아파트 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는 30%를 상회했으나, 2010년대 들어 20%대로 낮아졌다. 1990년대(1990∼1999년) 30.3% → 2000년대(2000∼2009년) 33.0% →  2010년대(2010∼2019년) 21.9%로 감소했다.

서울의 신축 5년 이내 아파트가 2005년에는 35만4천460호였으나, 2017년 18만1천214만호로 20여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허윤경실장은 특히, 도쿄·오사카, 뉴욕은 도심 주택 공급이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도시 경쟁력이 제고되는 방향성을 인식하고, 민간을 활용하여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도쿄 도심 3구 인구는 2010∼2015년 동안 18.1% 증가했다. 이는 도심 대규모 개발시 주택 공급 의무화, 과감한 용적률 인센티브, 주거용으로의 용도 전환 지원 등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의 결과다.

뉴욕의 도심 지역인 맨해튼과 브루클린도 최근 주택 공급 증가세가 뚜렷하다. 뉴욕의 정책적 방향성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민간의 사업이 작동할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도시계획적 지원을 통해 사업성을 지원하고, 개발 및 보유 단계에서는 세제 및 금융 지원을 실시하여 사업단계별 촘촘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도심 주요 주택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이 급격한 정책변화로 공급 안정성이 낮아진 것이 문제”라면서, “우리나라도 도심 주택 공급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심의 택지 상황을 고려하면 민간 협력에 기반한 안정적 주택 공급 방식을 정착할 필요가 있으며, 양질의 주택을 도심에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주제 : 도심 공간 재생의 핵심은 민-관 파트너십과 민간투자 유치

이어서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제목부터 ‘도시재생을 재생하자’로 잡아, 현행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방향 자체를 문제로 봤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현정부 들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낮은 사업 효과성에 비판을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추진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성공 사례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상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은 영국 셰필드시 도시재생 추진 과정을 소개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사업은 과거 1980년대 셰필드시가 공공 주도로 추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 도시였던 셰필드는 1970년대 말 철강산업 쇠퇴와 함께 실업률 상승, 인구 감소라는 급속한 몰락을 경험했다. 1980년대 셰필드시는 공공 주도의 공동체 기반 일자리 창출사업, 사회적 경제 조직 주도 문화산업 육성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민간 부문 투자 없는 도시재생 사업은 효과가 낮았고, 도시는 점점 더 침체되어 갔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셰필드시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민간투자 유치와 인재 유입임을 인식했으며, 실질적인 효과는 2000년대 이후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들어 도심 공간 재창조를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계획에 반영되고, 민간자본이 투자되어야 함을 인식했다. 민간이 재생사업의 실질적인 파트너가 되어 함께 추진해야 하는 원칙을 확립했다.

2000년대 이후 민간이 주도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매력적인 도심 공간을 가진 지식산업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다. 마중물 예산을 과감하게 활용하고 사업자와의 유연한 협상을 통해 2001∼2007년 사이 총사업비의 약 50% 가량의 민간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부연구위원은 공공의 마중물 예산만 가지고는 쇠퇴하고 있는 도시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이 때문에 국내 도시재생은 공공재원이  ‘마중물‘이 아닌 ‘마중물사업‘만 하고 끝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도시재생은 ‘공공성’의 가치가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도시 활성화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사업 위주로 추진해야 한다”며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민간이 권한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2000년대 이후 셰필드 사례처럼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3주제 : 도심 부지 확보 수단으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활용해야

세번째로 주제발표에 나선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를 이어갔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부지에 대해 20년의 기한을 정해 시설 조성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였고, 당장, 내년 7월 1일이면 실효가 도래한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일몰 위기에 놓인 시설 조성이 지지부진하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신속히 공원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18년 준공된 의정부 직동공원과 추동공원은 비공원시설인 아파트가 차지하는 면적이 각각 20%와 12%(법정 한도 30%)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공공성과 사업성 간 균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도심 주택 공급 수단으로서 성공적인 준공 사례를 배출했지만, 최근 사업 진행이 더딘 이유는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지나친 공공성 요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최근 특례사업에 대한 공공성 확보 요구는 △비공원시설 면적비율의 과도한 축소, △80% 수준의 일시납 현금예치금 비율, △현금예치금 반환 채권 발행 불가, △협상 과정에서의 사업 지연, △공공기관인 LH의 사업 투입으로 인한 민간사업자의 기회 박탈 등이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공원 조성 대상을 확대해 민간자본을 유인하고 △사업자의 금융 비용 부담을 낮춰주고 △일몰 전후 공원 보전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중에서도 협상 및 인허가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데 가장 주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을 담보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된 사업”이라며 “최근 국토부가 LH를 적극 투입하는 방침을 내놓았는데, 이는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공공에서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의 여력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도심이 창의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민간사업자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우 목원대학교 교수는 “불안정한 주택 시장에서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똘똘한 1채, 자산으로는 서울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각종 주택 정책을 내놓지만, 결과는 시장의 여전한 불안정이다. 그렇다면 재개발, 재건축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신한은행 도시재생팀장도 서울시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공감했다. 그는 “현재 여의도의 금융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중 주택 개발 관련 펀딩이 부족해 현재 자산을 어디로 투자할지 투자처를 차지 못하고 있다. 예전 금리가 5∼6% 수준이라면 지금은 3%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럼에도 자금이 들어갈 주택 공급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도심재생사업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며 “특히, 도심재생을 대하는 정의가 달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서로 다르게 생각을 하니 사업 진행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고, “정부 지원이든, 민간투자든 어떻게 하면 사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말했다.